조성렬 지음/백산서당·2만5000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지은이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핵과 국제안보 문제를 수십년 동안 연구해온 조성렬 박사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 등으로 현실과 이론을 아우르며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을 고민해온 최고의 전문가 중 한명이다. 한반도가 전쟁의 문 바로 앞까지 갔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이 책은 북핵과 비핵화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배경과 과정, 보유 현황, 제네바합의부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까지 비핵화 협상의 역사와 평가, 남아공·우크라이나·리비아·이란 비핵화 모델의 명암 등을 두루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지은이는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의 핵심으로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을 제안한다. 수교·불가침조약·평화협정 등 외교와 국제제도로 뒷받침하는 ‘연성 균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제거를 비롯해 군사적 방안을 통한 ‘경성 균형’도 함께 맞물린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이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에 선 한국이 비핵화 이후 동북아 평화질서와 비핵무기지대 건설까지 고민하며 신한반도체제의 비전을 실현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고 있는 기회의 신의 옷자락을 붙잡아라.” 독일제국 통일을 이끈 비스마르크가 했다는 이 말은 1990년 독일 통일의 열쇳말이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비핵화의 ‘기회의 문’을 다시 닫아버리자고 아우성치는 냉전 세력의 요구 앞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절실한 교훈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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