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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

등록 2019-03-29 06:00수정 2019-03-29 19:54

‘가구-가족사진’, ‘안경-안녕’ 등
첫말이 같은 단어가 빚어내는
재밌고 따뜻한 40편의 놀이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
박성우 시, 서현 그림/비룡소·1만1000원

끝말잇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테디셀러’ 놀이다. 아무 것도 필요 없이 어깨를 붙이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할 수 있기에 그렇게 사랑을 받나 보다. 아이들의 언어에 대한 이해를 늘리는 데도 아주 유익하다. 그런데 ‘첫말잇기’라면 어떨까? “에이, 첫말잇기는 같은 말로 시작하는 단어만 반복하는데 놀이가 될 수 있어요?”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첫말로 엮은 동시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 서현
ⓒ 서현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은 같은 말로 시작하는 단어들에 영감을 받은 40편의 동시를 묶은 시집이다. “무심코 저는 ‘상상’이라는 말과 첫말이 같은 ‘상자’라는 말을 이어 봤습니다. ‘상상―상자’ 이렇게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한 모기가 나와 윙윙댔습니다.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별을 깨물어 먹고 뭉게구름을 핥아먹었습니다….”(박성우 시인) “오이가 오싹오싹” 하고 “도토리 도둑이 도망”가고 “사이다 사자”가 시원한 시들을 소리 내 읽다 보면 우리말의 단맛이 입 안에 고여온다.

그렇다고 이 동시집이 ‘말맛’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찰칵찰칵,/ 가구 가족사진을 찍고 있어/ 의자도 씽긋 찰칵/ 책상도 씽긋 찰칵/ 식탁도 씽긋 찰칵/ …/ 어, 근데 쟤는 뭐지?/ 가구 가족사진 가장자리/ 가재도 씽긋씽긋 브이/ 차알칵!”(동시 ‘가구―가족사진’) ‘가’로 시작하는 가구와 가족사진으로 시작해 가재까지 등장하며 익살스럽게 마무리하는 시이지만, 의자, 책상, 식탁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상상을 하다 보면 늘 보던 주변 사물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더워진다. 시를 읽다 문득 마주하는 이런 순간은 이 동시집이 어른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손색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 서현
ⓒ 서현
박성우 시인은 <거미>, <가뜬한 잠> 등 어른을 대상으로 한 시와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등 아이를 위한 시를 함께 발표해 왔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서현
ⓒ 서현
이 책의 매력을 더 높여주는 것은 서현 작가가 작품마다 짝을 지어 그린 네 컷 만화다. ‘25’가 찍힌 옷을 입은 ‘오이’가 종횡무진 누비는 만화는 꼭 동시가 깔아놓은 상상을 따라가지 않고, 그에 바탕을 둔 다른 전개와 결말을 보이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서 작가는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왔고 <눈물바다>, <커졌다!> 등의 책을 쓰고 그린 바 있다. ‘동시야 놀자’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으로 이 동시집을 낸 비룡소는 박성우 시인의 ‘끝말잇기’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아이와 끝말잇기 대신 첫말이 이어지는 낱말을 찾고 즉흥시를 짓는 놀이를 하면 어떨까? 처음엔 생소해도 말과 친해지는 새 길을 터줄지 모를 일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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