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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유연애·진보·사회주의를 지지한 괴짜 과학자

등록 2019-03-22 06:02수정 2019-03-22 19:58

중국을 사랑한 남자-?조지프 니덤 평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박중서 옮김/사이언스북스·2만2000원

영국의 프리랜서 기자인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조지프 니덤(1900~1995)의 평전 <중국을 사랑한 남자>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인간의 흥미진진한 삶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세계사적 격변의 20세기 전체를 관통한 니덤의 실제 삶이 그랬고, 그 모든 걸 현장에서 지켜본 것처럼 생동감있게 되살려낸 서술이 그렇다.

니덤은 대표작 <중국의 과학과 문명>으로 인류 과학사 연구에 불멸의 업적을 남긴 과학사학자이다. 이 책은 1954년 1권이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65년간 7권 25책이 나왔지만, 아직도 모교인 케임브리지대 연구소의 후학들이 원고 정리와 집필, 출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13세기까지 서구 문명이 감히 넘보지 못할 수준에 있던 중국의 전통과학이 왜 근대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니덤은 “안경잡이에, 올빼미 같은 얼굴에, 두려움 없는 모험가였다. 아울러 나체주의자였고, 열혈 춤꾼이었고, 아코디언 연주가였고, 줄담배를 피우는 영국 국교도”에다 독일어·중국어 등 8개 국어에 능통한 ‘괴짜 사랑꾼’ 생화학자였다. 니덤은 평생토록 자유연애와 진보, 사회주의의 굳건한 지지자였을 뿐 아니라 “과학과 신앙, 특권과 가난, 구세계와 신세계,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중국과 서양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이기도 했다.

니덤은 이미 유부남이던 37살 때 멀리 중국에서 자신을 찾아 영국까지 온 생화학자 루구이전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중국어를 배우고 1943년에 영국 여왕의 공식 사절로 충칭을 방문한다. 이후 3년간 4만8000㎞의 ‘대장정’을 하면서 중국 과학의 묻혀진 보물들을 발굴하고 기록한다. 일본 제국이 중국 동부의 상당지역을 점령하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시기였다. 그 결실이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다. 니덤은 생전에 18책이 나오는 것까지 지켜봤다. 니덤은 여든 아홉살에 평생의 동학이자 연인이었던 루구이전과 결혼해, 그가 지병으로 숨지기 전까지 2년여간의 짧은 ‘신혼’ 생활도 했다.

국내에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극히 일부만 발췌·축약한 번역본이 몇 권 나왔으나 모두 절판됐고, 정본은 단 한 권, 한 분책도 완역 출간된 적이 없다. 니덤이 루구이전과 함께 조선의 천문 관측과 시간 측정의 과학적 성취를 기록한 공저 <조선의 서운관>(2010, 살림)도 출간 24년 만에야 번역본이 나왔다. 이번 니덤의 평전이 더욱 반갑고 소중한 이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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