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씨네마> 김수용 지음. 씨네21 펴냄. 8500원
잠깐독서
대선배의 한 수 가르침이 쏠깃하다. “몇몇 재능있는 영화 감독의 영광에 기대어 마치 한국 영화 전체가 놀랍게 비약한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그러나 눈부신 곳의 반대쪽이 더욱 음침하듯 한국 영화시장은 현재 80%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갯마을> 등 숱한 흥행작을 남긴 동시에 문예감독으로서 또렷한 영화사적 좌표를 그린 김수용 감독이 지난날을 술회한 <나의 사랑 씨네마>(씨네21 펴냄)를 내놓았다.
1950년대 전쟁터에서 처음 영화를 배운 뒤 109편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무려 40여 년 동안 한국 영화판에서 ‘현재진행형 감독’으로 존재한 이다.
숱한 사연들이 즐거움으로, 아픔으로 영사된다. 영화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공보부 검열관에게 “내 손가락을 자른 가혹행위자”라고 했던 김 감독이나 남한 병사의 총에 “괴뢰군이 스무명쯤 꼬꾸라져야”했던 당대에 북쪽 장교와의 만남을 인간적으로 그려 구속됐던 이만희 감독 등이 없었다면 건널 수 없던 1960년대가 애잔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남정임, 문희, 윤정희 등과 나눴던 맛깔스런 추억을 건네기도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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