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도덕교육의 파시즘> 김상봉 지음. 길 펴냄
현행 중등학교 도덕 교과에 대한 도발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행 도덕 교육의 뿌리는 옛 국민윤리 교육이다. 박정희 정권이 그 기초를 닦고 전두환 정권이 뼈대를 올렸다. 문제는 ‘국민윤리’ 교과의 정신이 오늘의 도덕 교과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행 도덕 교육은 전두환 시대 이래 도덕적 의무의 형태로 권력에 순종하도록 만드는 노예도덕과 파시즘의 교육에서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도덕 교육의 기조는 대강 다음과 같다. 윗 사람에 대한 아랫 사람의 예의범절은 가르치지만, 아랫 사람에 대한 윗 사람의 예의와 책임은 말하지 않는다. 국민의 의무는 말하지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이를 따져물을 국민의 권리는 말하지 않는다. 갈등을 곧 혼란·불안과 동일시하면서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수렴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어떻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도덕>의 외양을 한 <국민윤리>의 배후로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지목한다. “국민들의 정훈장교” 노릇을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현행 도덕교과를 ‘노예교육’ ‘파시즘 교육’으로 평가하고, 현행 국민윤리교육과 윤리교육 학과를 그 진앙지로 꼽은 이 책은 당연히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11월 출간 이후, 여러 신문들이 이 책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서평기사를 실었다. 지금까지도 <교수신문>에서 관련 논쟁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도발적 문제제기에 담긴 진짜 함의는 따로 있다. ‘성찰하고 비판하는 자아’를 기르기 위한 참된 도덕교육을 고민하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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