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원 지음/을유문화사·1만5000원 □는 “비가 오고 이슬 맺힌 풍경처럼 서정적이다.” 네모 안에 들어갈 주어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글자 풍경>의 지은이는 한 한글 폰트의 작은 초성 이응을 가리켜 이렇게 묘사했다. 음소 ’ㅇ’을 보며 풍경을 떠올리는 사람. 지은이는 “글자를 만들고 배열하는 인간 활동”인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한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다. 그는 ‘글자’를 “기술과 문화, 자연환경의 생태 속에서 피어나”며, 문화권과 시대 흐름에 따라 글자끼리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생멸하고 성장하고 진화해온” 생물로 본다. 가령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는 근대를 상징하는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이지만, 당대는 중세의 연속선상에서 라틴어에 어울리는 텍스투라체를 활용했다. 하지만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도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독일어로 번역된 루터의 완역 성경 초판은, 독일어에 어울리는 프락투어체(제목)와 슈바바허체(본문)로 인쇄됐다. 각 나라 각 지역의 도로 표시판, 가게 간판, 지하철 사인 시스템, 고서나 비석 등은 ‘글자 생태계’를 드러내는 ‘글자 현장’이다. 책은 지은이가 “눈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그 생태를 확인한 후 현지에서 직접 자료를 입수한 글자들”을 담았다. 인간이 타이포그래피를 하는 이유는 “더 아름답기 위해서, 더 기능적이기 위해서, 더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이자,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해서”다. 지은이는 글자에 숨은 사람의 마음 풍경, 2차원 글자에 숨은 3차원 세계의 풍경을 시적인 문체로 그려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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