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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양 계몽주의에 미친 중국철학의 영향

등록 2019-01-25 06:01수정 2019-01-25 19:46

중국인의 실천철학에 대한 연설
크리스티안 볼프 지음, 이동희 옮김/길·3만3000원

크리스티안 볼프는 1721년 7월12일 독일 할레대학 부총장 퇴임식에서 중국인의 실천 철학에 대한 연설을 한다. 그는 예수회 신부가 번역한 <대학>, <중용>, <논어> 등이 담긴 <중화제국 6대 경전>을 오랫동안 연구해보니, 자신이 보편적 실천철학에서 강조했던 도덕적 행위의 일반 규칙을 중국인들이 이미 앞서서 행해왔더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이성을 통해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깨닫고 자연의 법칙과 조화할 수 있도록 행위해왔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데도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루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이 원리에 근거해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자를 모세, 무함마드, 예수에 비견하는 인물로 찬양했다.

이런 볼프의 연설은 곧 반발을 일으켰다. 할레대학 학장이었던 프랑케 등 경건주의 신학자들은 볼프의 연설이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섭리를 부인하는 ‘무신론’ 혐의가 있다며 왕에게 고발한다. 이에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1723년 그에게 할레대학에서 48시간 안에 떠나라는 추방령을 내렸다. 결국 볼프는 마르부르크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는 ‘정신적 자유의 순교자’로 추앙받으며 유럽이 주목하는 철학자가 됐다. 결국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에 이어 즉위한 아들 프리드리히 대왕이 볼프에게 프로이센 아카데미 회원과 할레대학 교수로 다시 초빙하는 제안을 하는 복권이 이뤄졌다.

볼프가 1726년 상세한 주석을 달아 출간한 <중국인의 실천철학에 대한 연설>은 서양 계몽주의가 형성되는 데 그리스 철학만이 아닌 동양철학의 영향 또한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다. 번역을 맡은 이동희 한신대 초빙교수는 해제에서 “볼프의 중국철학 수용과 해석은 이후 교회의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를 하고자 했던 계몽주의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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