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람김남진 지음/사계절·1만3800원
눈이 오면 어느새 온 세상이 달라져 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그림책 <하얀 사람>의 주인공은 아마 그런 경험을 가장 먼저 해본 사람인가 보다. 어느 날 일터로 가는 길에 그는 담벼락 사잇길에 있는 새하얀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선다. 그곳은 온통 새하얀 빛으로만 가득한 세상이었다. 마치 눈 온 뒤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듯이.
그런데 주인공은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홱, 뒤를 돌아보면 파란 점들뿐이었는데, 그 파란 점들은 마치 누군가의 눈 같다. 눈을 찌르듯 새하얀 빛이 조금씩 가신 뒤에야, 주인공은 정말로 파란 눈의 하얀 사람들이 자기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얗고 둥그렇게 생긴 그들은 다가가면 도망가고 뒤돌아 걸어가면 뒤쫓아오길 반복하는데,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유난히 작은 하얀 사람이 나뭇가지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받아준다. 하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주인공은 무지갯빛 나뭇가지를 잘게 잘라서 동그랗고 귀여운 단추들을 만든다. 그러곤 하얀 사람들 앞에 일일이 단추를 놓아두고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안녕! 하얀 사람!”
12월이 되면 얼음송이가 하늘에서 내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눈’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눈을 본 주인공은 하얀 세상 속에서 만났던 하얀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으로 하얀 사람을 만든다. “파란 초콜릿으로 눈을, 당근으로 코를 만들고, 작은 단추도” 달아준다.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다. 눈이 오는 날이면 내가 만들지 않은 하얀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생겨난 것은.” 그 눈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환상적인 탄생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도 재밌겠다. 4~7살.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