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5월14일 한겨레신문 창간호를 들고 기뻐하는 송건호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한겨레신문사의 초대 사장으로서 창간을 주도했던 ‘20세기 최고의 언론인’ 청암 송건호(1927~2001)의 삶과 철학을 담은 책이 나왔다. 청암언론문화재단이 엮은 <청암 송건호-민주·민족·독립언론人>(한겨레출판)은 다양한 사료에 기반하여 청암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기본적으로 청암의 발자취는 <송건호 전집>(한길사)에 충실히 담겨있으며, <나는 역사의 길을 걷고 싶다>(정지아 지음, 한길사)와 <송건호 평전>(김삼웅 지음, 책보세) 등도 출간된 바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을 낸 데 대해,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청암의 일생을 대중적으로 쉽게 알릴 수 있는 일대기가 필요했고, (…)과거 신문 잡지 검색과 원문 열람이 가능해지면서 청암과 관련한 새로운 자료가 나와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1975년 <동아일보> ‘광고 사태’ 이후의 삶은 비교적 잘 알려졌으나, 상대적으로 청암의 청소년기, 청년기, 언론계 입문기,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시기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던 편이다. 청소년 시기부터 민족의식에 눈뜬 그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으며 언론인으로서 통일에 기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 그의 삶은 부정의한 권력에 맞서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1부 ‘송건호의 삶’은 새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일대기를 짧지만 빈틈없이 보여준다. 2부 ‘나를 말한다’는 청암이 쓴 자전적인 글들을 모았으며, 3부 ‘송건호를 말한다’는 청암에 대한 여러 동료, 후배들의 평가를 담았다.
이밖에도, 청암이 쓴 글들 가운데 두고두고 읽을 만한 명문들, 현대사학자 서중석과의 대담 등에서 냉전과 반공에 짓눌렸던 시대에 ‘언론의 독립과 언론인의 정도’를 걸으려 했던 언론인, 또 남다른 민족의식으로 한국 현대사를 천착한 역사학자로서 청암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청암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둔 대목 등은 사료로서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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