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의 책’ 20권에 들진 않았지만, 추천위원들이 꼽아준 책들 역시 ‘올해의 책’으로 손색 없는 책들이다.
먼저, 복수의 추천을 받은 책들이 있다. 현직 검사가 뛰어난 입담으로 실제 검사의 삶을 담아낸 <검사내전>(부키)은 이정모와 표정훈의 추천을 받았다. 두 사람은 137년 한반도 화교의 역사를 경제사 중심으로 풀어낸 연구서 <한반도 화교사>(동아시아)도 함께 추천했다. ‘의사판’ <칼의 노래>,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골든아워>(흐름출판)는 장은수와 표정훈의 추천을 받았다.
이정모는 인간의 몸과 문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온 역사를 탐구한 <우리 몸 연대기>(웅진지식하우스), 25가지 화석을 이정표로 삼아 생명 진화의 궤적을 보여준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뿌리와이파리)를 추천했다. 마르크스의 삶과 업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평전 <카를 마르크스>(아르테)와 중견 번역가 조영학의 번역 철학을 담은 <여백을 번역하라>(메디치)도 추천했다. 장은수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값진 강연들을 모은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과 지식 생산의 맥락을 보여준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을 추천했다. 가부장제의 쇠락과 한국 남성의 현실을 짚은 <한국, 남자>(은행나무), 2년 동안 격월 발간 등 고병권의 독특한 마르크스 <자본> 읽기 프로젝트 <다시 자본을 읽자>(천년의상상)도 추천했다.
우리 사회 페미니즘 연구자·활동가들이 ‘미투’ 운동 이후를 고민하며 엮은 책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고통과 창조, 문명에 대한 독창적 사유를 담은 일레인 스캐리의 고전 <고통받는 몸>(오월의봄)은 정희진의 추천을 받았다. 표정훈은 성폭력의 역사를 다룬 페미니즘 고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오월의봄), 가장 종합적인 베냐민 평전이란 평가를 받는 <발터 벤야민 평전>(글항아리), 병역 거부에 따른 수감 생활의 경험과 사색을 기록으로 만든 <감옥의 몽상>(돌베개)을 추천했다. 외딴 섬 50개의 지도와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머나먼 섬들의 지도>(눌와)도 추천했다.
서영인은 한국 소설 10종을 추천했지만, 한국문학의 전반적 위축 속에 ‘올해의 책’에는 한 권도 오르지 못했다. 안재성의 실록 장편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창비)와 역시 1930년대 실존 여성 노동운동가를 소재로 삼은 박서련 장편 <체공녀 강주룡>(한겨레출판), 이기호의 원숙미가 돋보인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문학동네), 그리고 지금 ‘핫한’ 여성 작가들인 김금희의 첫 장편 <경애의 마음>(창비)과 구병모 장편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 최은영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 정세랑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창비) 등이었다.
최원형 기자, 최재봉 선임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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