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유중하 지음/섬앤섬·2만원
“짜장면은 라면이다.” 뭔 소리인가 싶은데, 한 술 더 뜬다. “짜장면과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 지엔삥(전병)은 친척 관계다.” 급기야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의 필명이 중국 산둥요리(노채·魯菜)에서 나왔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입이 딱 벌어진다.
유중하 연세대 교수(중문학)가 펴낸 책 <짜장면>은 음식을 통해 본 동아시아 이야기다. 중국 산둥지방의 음식이 우리나라에 와서 짜장면이 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개별 음식의 족보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가로지른 문화의 계보를 통째로 파고든다. ‘팩트’는 촘촘하되, 기발한 상상력은 면발처럼 춤춘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길게 늘여 만드는 것을 중국에서 랍면(拉麵)이라 하니, 일본의 라멘이나 우리의 짜장면이나 그 정체는 라면인 셈이다. 춘장이란 말은 산둥지역의 특산품인 파를 찍어먹는 장인 총장(蔥醬)에서 왔다. 밀가루, 춘장, 파(양파) 등을 필수요소로 삼는 짜장면, 베이징 카오야, 지엔삥은 모두 “비슷한 기호들의 통합에 의한 먹을거리”이니, 서로 친척 사이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 있는 산둥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폭’(爆·센 불에 빠르게 조리하는 것)과 ‘작’(炸·끓는 기름에 튀기는 것)이란 조리법이다. 지은이는 루쉰의 전투적인 혁명 노선이 이런 산둥의 기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추측한다.
라면이 짜장면이 되어 온 동아시아의 ‘국수 네트워크’가 보여주듯, 음식은 늘 ‘박채중장’(博采衆長·널리 여러 사람의 장점을 취하다)이다. 그러니 전쟁은 집어치우고, 대신 ‘국수전쟁’을 벌여서 면에다 평화를 말아먹고, 또 비벼먹어 보자고 지은이는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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