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정은 옮김/까치·1만8000원 2016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인간 컨넥톰 계획’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뇌의 하부구조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97곳의 뇌 구역이 새롭게 확인됐는데, 이 구역들은 구조와 기능 측면에서 모두 달랐다. ‘배외측 전전두 피질’이란 구조는 실제로는 10여 종류의 서로 다른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복잡한 뇌의 구조는 인간으로 하여금 컴퓨터나 곤충, 다른 포유류와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 능력’을 부여한다. 스티븐 호킹과 <위대한 설계>를 함께 썼던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는 새 책 <유연한 사고의 힘>에서 인간의 ‘유연한 사고’가 가진 힘에 대해 소개한다. 그는 “유연한 사고는 ‘분석적 추론’과 달리 과학자들이 ‘상향식’ 과정이라 부르는 방식을 통해서 나타난다”고 짚는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가장 상위의 실행 구조에서 암산을 지시하는 ‘하향식’ 처리 방식으로도 작동하지만, 컴퓨터와 달리 상향식으로도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유연한 사고’는 분석적이지 않고 때로 문제와 동떨어진 답을 낸다. 그러나 답안지에 없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따라서 유연한 사고를 키우기 위한 관건은, 상향식 과정의 영향력을 키워서 하향식 과정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일 테다. 이를 위해서는 강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향식 과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탈이 필요하다. 영장류에서만 발견되는 ‘외측 전전두 피질’은, 그래서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뇌의 부위다. 이것은 일종의 ‘생각 여과’ 장치로서, 하향식 통제를 위해 일부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다른 가능성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통제의 구실을 한다. 지은이는 의식을 집중하지 않은, 뇌의 ‘초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해져 있는 선택지를 따르지 않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유연한 사고를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즉흥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특성은 서서히 사라진다. 지은이는 수많은 연구와 사례들을 들어가며, 우리의 뇌가 어떤 체계를 가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알아갈수록 우리가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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