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대학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강사법을 핑계로 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대학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사들이 41년 만에 극적으로 교원 지위를 되찾았지만, 또다른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비용 증가를 이유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29일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이후에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최소한의 고용·생활 안정을 위해 마련된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 증가, 정말 대학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일까?
일단,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정확한 액수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급여 인상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방학 중 임금’을 어느 정도 할지를 각 대학이 강사와 계약하면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공청회 당시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놓은 추산액은 2754억원이다. 지난 3~8월 대학·강사·국회가 구성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강사제도 개선 후 대학들이 최소 780억원에서 최대 3393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도 일부를 부담한다. 정부는 강사법이 개정되는 데 맞춰 예산 550억원을 배정했다. 이중 450억원은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위해, 나머지 100억원은 강사 강의역량 지원사업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방학 중 임금 지급액은 4주 정도의 임금분을 계산한 액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각 방학이 끝난 뒤 1주일은 성적 작업 등으로, 학기 시작 전 1주일은 수업 준비 등으로 필수적인 시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예산은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를 통과했고 현재 예결위를 남겨둔 상태다.
대학 전체 예산 중에서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3% 수준이다. 4년제 사립대를 기준으로 전체 예산이 18조원에 이르지만 강사료는 2200억원으로 1%대 정도다. 전국대학원생노조에서 조사한 개별 사례를 봐도 전체 수입 중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려대는 1.5%, 연세대는 1.6%였다. 전국대학원생노조는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로 드는 비용은 학교 전체 수입의 0.7~1.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초 비율이 낮기 때문에 강사료가 최대치로 50% 인상(방학 4개월 임금=학기 4개월 임금)된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사들이 전체 강좌의 30%를 맡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학들이 얼마나 강사를 ‘싼 값’에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이 3000억원 줄었지만,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은 1조4000억원이나 증가(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했다.
현재 상황을 대학과 강사 간의 대립으로 만들고는 뒤로 빠져 있는 사학재단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재단이 내야 하는 돈만 제대로 내더라도 강사법 시행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학재단은 대학 교직원을 채용한 고용주로서 연금·건강보험·산재 및 고용보험 법정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 자료를 보면,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은 법적 허점을 이용해 지난 5년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 가운데 1조1962억원을 교비에서 대신 내도록 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매년 2천억원 이상 되는 법정부담금만 재단이 제대로 내도, 대학이 강사법 관련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이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참여해 법안 내용에 합의한 뒤 강사들을 대거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약속한 합의를 깨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변호사)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나와 “대학 쪽에서 추천한 위원 4인이 협의회에 들어와서 합의한 내용인 이상 대학들이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강사들을 무리하게 줄이는 상황을 바람직하게 보고 있지 않다. 예산이 정리되는대로 상황을 살펴보려 한다. 대학도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키운 연구자이자 학생들의 미래일 대학 강사들에게 ‘수익 최대화, 비용 최소화’라는 기업경영 논리만을 들이대는 대학의 모습은 대학의 존재 의미를 되묻게 한다. 자본의 논리로부터 독립적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공공적 가치를 우선해야 할 대학이 기업과 다를 바 없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공공 교육 체계 안에 포함시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채효정 전국대학강사노조 소속 강사(경희대 해직강사)는 27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대학은 강사를 4개월마다 교체해서 버릴 수 있는 프린터 토너와 같은 비품처럼 생각해왔다. 대학들은 더는 강사들을 그렇게 대할 수 없게 되는 상황 변화에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법은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원의 가치보다 대학의 상품가치를 더 위에 두는 ‘대학이 아닌 대학’을 바로 잡는 긴급조치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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