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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체벌로 폭력성이 대물림 된다

등록 2018-11-30 06:01수정 2018-11-30 19:35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체벌’이라 쓰고 ‘폭력’으로 읽다
세이브더칠드런 기획, 김지은·김한종·송란희·표창원·구형찬 지음/오월의봄·1만3800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국민 탤런트 김혜자씨가 지구촌의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찾아다니며 굶주리고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돌본 경험과 깨달음을 담아낸 책 제목이다. ‘꽃’처럼 여리고 예쁜 낱말을 ‘때리는’ 행위의 수단으로 고른 이 문장만큼 아동 폭력의 본질과 부당함을 잘 표현한 경구도 없을 테다.

국제 어린이 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이 펴낸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은 ‘훈육’이란 명분으로, 심지어는 ‘사랑의 매’라는 자기모순적 거짓말로 아이들에게 가하는 체벌이 실은 약자에 대한 폭력에 다름아님을 보여주고 생각을 나누는 책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1~12월 아동문학가, 역사학자, 여성인권단체 활동가, 범죄심리 전문가, 종교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 5명을 초빙해 마련한 연속 대중강연과 문답을 생생한 대화체 그대로 한데 엮었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기 맞춤하다.

18세기 영국에서 매를 때릴 순 없는 지엄한 신분인 왕자와 그를 대신해 매를 맞아주는 아이의 우정을 그린 동화는 체벌 옹호론의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래동화 <흥부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어린이·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온 협소한 시각도 문제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는 엄연한 ‘시민’으로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상에서 ‘여성과 아동’의 조합은 흔한 반면 ‘남성과 아동’의 조합은 드물고 어색한 것도 체벌이 감정조절 실패나 우발적 상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성장기에 폭력 외의 평화적 해결 수단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폭력성이 학습된다는 사실도 되새겨 보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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