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제 지음/동아시아·1만5000원 “판사님, 저는 자식들한테 ‘잘 돼라’만 가르쳤지,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자식들한테 회초리를 들까 하는데, 자식들의 머리는 굵었고 저는 초라하여 손에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법으로 그 회초리에 힘을 좀 실어 주십시오.” 책과 동명의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한국방송)에서 차순봉(유동근)은 자신의 병문안은커녕 자신이 가진 집·가게의 명의 이전에만 관심을 두는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둔다. 그래도 극은 ‘막장’으로 치닫는 대신,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는 훈훈한 전개로 마무리된다.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소송은 화해의 ‘기회’가 아닌, 가족관계 파탄의 ‘끝판왕’(종결자)이다. 법정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신 ‘○○씨’라고 부르면 그나마 다행이며, 간혹 쌍욕을 주고받기에 이른다. 문제는 우리가 “역사상 형제자매, 부모, 배우자와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만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에 사는 것이다. 가족끼리 벌이는 대표적인 소송인 유류분(법으로 정한 최소 상속분의 일부), 상속재산분할 청구, 부양료 심판청구만 추려도 2016년 한 해 2584건이 제기됐다. 하루 7건 수준이다. 연도별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중앙일보> 기자인 지은이는 최근 10년 사이 생산된 관련 판결문 909건 분석과 법조계 취재를 토대로, “우리 사회 난공불락의 가치였던 가족주의와 혈연주의가 해체되는 생생한 현장”을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가족분쟁이 시민의식 변화 및 저성장 시대와 연관됐다는 사회적 의미를 길어내고, 새 시대에 맞춤한 가족제도 정비를 모색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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