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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엔 총, 한손엔 장부가 ‘조공 체제’를 무너뜨렸다

등록 2018-11-23 06:00수정 2018-11-23 20:05

조총과 장부-경제 세계화 시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와 상업
리보중 지음, 이화승 옮김/글항아리·2만3000원

16세기 들어 세계는 전례 없는 변화에 휩싸였다. 서양에선 신대륙 아메리카 발견과 인도·동남아를 거쳐 중국·일본으로 가는 신항로 개척으로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들은 신세계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부를 누렸다. 오스만 제국은 동유럽과 소아시아 전역을 평정하며 문물 교류를 주도했다. 1653년 조선에선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표류했다가 13년간 머물렀다. 16~17세기는 유럽과 동아시아가 실크로드를 통한 중개무역을 넘어 직접 맞닥뜨린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화’ 시대였다.

중국 경제사학자가 쓴 <조총과 장부>는 ‘경제 세계화 시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와 상업’(부제)을 글로벌 히스토리, 즉 지구사적 관점으로 조명한다. 대변화의 핵심 동력은 화약무기와 교역의 비약적 발달이었다.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주식회사의 상징은 ‘왼손엔 장부, 오른손엔 칼’이었다. 칼은 조총으로 대체돼 교역과 정복을 뒷받침했다.

지은이는 특히 기존의 서구 중심 역사학이 주목하지 않은 동아시아의 내재적 변화와 역동성에 주목한다. 절대 강국이던 중국(명나라)에 주변국들이 조공을 하는 대가로 독립과 안정을 유지해온 ‘조공 체제’에 균열이 시작됐다. 서양의 신문물을 적극 수용한 일본은 ‘정명가도’를 내세워 조선을 침략(임진왜란)했다. 안남·미얀마·시암 등 동남아 세력들도 명-청 교체기 중국에 맞섰다. “서양이 세계를 휩쓸고 다닐 때 명의 통치자들은(…) 세계를 인식할 기회를 잃고, 스스로 사다리를 넘어뜨”렸다. 지은이는 “(중국은) 역사의 기로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경로 의존성’이 생겼고, 200년 후에야 비로소 근대화의 길을 걷게 됐다”고 짚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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