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맞게 ‘진실’ 편집·유통 방식 폭로
31가지 수법과 구체적 사례들로 설명
거짓 진실에 속지 않으려면 의심하고
딴지 걸어 줄 ‘경합하는 진실’ 찾아야
31가지 수법과 구체적 사례들로 설명
거짓 진실에 속지 않으려면 의심하고
딴지 걸어 줄 ‘경합하는 진실’ 찾아야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흐름출판·1만6000원 지난해 1월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했는지를 두고 백악관과 언론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언론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사진을 나란히 실어, 트럼프 때 참석 인원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내보였다. 뿔난 트럼프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한테 언론 브리핑을 하라고 지시했고, 이튿날 스파이서는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였다고 강변했다. 압권은 1월22일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고문의 <엔비시뉴스> 인터뷰였다. 진행자가 “왜 첫 브리핑부터 거짓말을 했느냐”고 묻자, 콘웨이는 “당신은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스파이서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대안적 사실’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진실>은 정치·경제·사회·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진실을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유통하는 온갖 방식을 폭로한다. 이를 알아야 ‘만들어진 진실’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지은이는 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 정부기관 등의 의뢰를 받아 조직의 역사·철학·비전을 편집·가공해 이들이 추진하려는 목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략가’이며 소설가다. “가짜 뉴스와 대안적 사실이 판을 치는 요즘, 다시 한 번 ‘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지은이는 사실(팩트)에 기반한 진실만이 아니라 ‘진실로 간주’하고 말하는 것까지 논의한다. 신념이나 주장, 예측 등도 ‘진실’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진실’은 “거짓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특정 사람이나 사건, 물건, 정책을 합당하게, 심지어 똑같은 정도로 합당하게 묘사할 방법은 아주 많다”며, 이것들을 ‘경합하는 진실’이라고 부른다. “진실은 아흔아홉 개의 얼굴을 가졌다.” 어떤 경합하는 진실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선택과 행동이 결정된다. 지은이는 경합하는 진실을 부분적, 주관적, 인위적, 밝혀지지 않은 진실 등 네 가지로 구분하고, 진실을 편집하는 31가지 수법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핀다. 어떤 말이 대부분 진실일 때조차 진실의 ‘전체’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그 예로 역사, 맥락, 통계, 스토리가 다뤄진다. 불편한 진실을 생략하거나 다른 진실에 파묻어버리는 ‘물타기’가 동원되고, 아무 관련 없는 진실들을 마치 의미 있는 관련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게 만드는 ‘관련시키기’ 수법도 등장한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위)과 지난해 1월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아래).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 때 “역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우겼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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