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골든아워 1, 2
이국종 지음/흐름출판(2018) ‘과잉의 시대’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친다. 출판 시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1년이면 무려 8만여 종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출판 시장만큼 신제품 간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약 220종의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 권의 책이 서점 매대 위에 놓여져 잠깐 얼굴이라도 보여주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서가에 꽂혀 그나마 제목이 새겨진 등짝이라도 보여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온라인 서점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신간 홍보 경쟁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각축전이 벌어지는 출판 시장에서 어떤 한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일상을 수학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한 수학자 조던 엘런버그는 ‘호킹 지수’(Hawking Index)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스티븐 호킹의 대표작 <시간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팔린 엄청난 베스트셀러였지만, 이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은 독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사놓고 읽지 않는 책 지수’를 일컬어 호킹 지수라고 불렀다. 엘런버그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시간의 역사>의 호킹 지수는 6.6%로 100명 중 6.6명 정도만 제대로 책을 읽었고, 수년 전 피케티 열풍을 불러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호킹 지수가 2.4%였다. 베스트셀러가 많이 팔리는 책이지만 반드시 많이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책을 산다.
최근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가 있는 <골든아워>의 호킹 지수는 얼마나 될까? 날카로운 눈빛과 건조한 말투, 언뜻 보면 이국종 교수는 그리 호감 가는 인상의 사람은 아니다. 게다가 두 권 합쳐 800쪽이 넘는 분량의 <골든아워>는 사람을 살리는 칼잡이로서의 엄숙한 비장함과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절제된 분노가 담긴 의료일기이면서,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의 분투기다. 이국종 교수의 글은 <칼의 노래>의 문장처럼 거침없고 힘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백의종군한 이순신 장군처럼 쓸쓸하면서 아프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거나 아픈 상처에 공감해주는 ‘힐링 에세이’가 점령한 대한민국 출판 시장에서 <골든아워>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골든아워>가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과잉의 시대’에 소비자들은 더는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하지 않는다. 요즘 소비자들은 응원하고 지지하고 공감한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로 특정 브랜드와 물건을 소비한다. <골든아워>의 인기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도 왜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그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는 이국종 교수의 신념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책을 사고 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치밀하고 탄탄한 내용에 감탄하며 누군가에게 다시 책을 권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고 정의로워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열망이 <골든아워> 독서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이국종 지음/흐름출판(2018) ‘과잉의 시대’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친다. 출판 시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1년이면 무려 8만여 종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출판 시장만큼 신제품 간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약 220종의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 권의 책이 서점 매대 위에 놓여져 잠깐 얼굴이라도 보여주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서가에 꽂혀 그나마 제목이 새겨진 등짝이라도 보여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온라인 서점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신간 홍보 경쟁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각축전이 벌어지는 출판 시장에서 어떤 한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홍순철 제공
※이번주부터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가 베스트셀러를 통해 출판 트렌드를 살펴보는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를 4주마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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