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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든 게 흔들리는 지금, 알튀세르가 부활한다

등록 2018-11-22 20:16수정 2018-11-23 00:34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알튀세르
탄생 100년 기념 학술대회 개최
유작 두 편 잇따라 국내 번역돼
“자본주의서 코뮌주의로 이행 규명”
검은 소-알튀세르의 상상 인터뷰
루이 알튀세르 지음, 배세진 옮김/생각의힘·2만3000원

무엇을 할 것인가?-그람시를 읽는 두 가지 방식
루이 알튀세르 지음, 배세진 옮김/오월의봄·1만5000원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 평생 프랑스 공산당의 평당원으로 활동하며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다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센 물결 속에 잊혀져간 철학자. 그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리고, 유고가 잇따라 출간되면서 그의 사상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23~24일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알튀세르의 문제’란 주제로 열린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정치외교학과 민주정치연구회가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선 알튀세르의 철학,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을 다루는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특히 프랑수아 마트롱에 이어 유고 편집을 맡은 고슈개리언이 발표자로 참여해 관심을 끈다. 2010년 ‘알튀세르 효과’ 심포지엄이 열리고 이 결과물을 토대로 동명의 저작이 출간된 이후 8년간 국내 알튀세르 연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전의 루이 알튀세르. 난장 제공
생전의 루이 알튀세르. 난장 제공
알튀세르는 생전에 출간한 저서는 <마르크스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 등 10권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1990년 사망 이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1992년)를 시작으로 그의 유고들이 빛을 보기 시작해 현재 출간된 유고만 22권에 이르고, 지금도 출간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새롭게 드러난 알튀세르 사상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번역과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고슈개리언이 2014년부터 편집해 낸 <역사에 관하여> 등 따끈한 5권의 유고들이 내년 초까지 모두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이재원 난장출판사 대표는 “고슈개리언이 직접 번역해 내는 영문판을 제외하고 이 5권이 전부 번역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 기조강연을 맡은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70년대에 자크 랑시에르, 에티엔 발리바르 같은 제자들이 알튀세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떠난 이후 학문적으로 완전히 고립됐고, 1980년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살해해 사회적으로도 매장당한 상황이라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한 채로 묻혔던 어마어마한 분량의 원고들이 이제야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검은 소>, <무엇을 할 것인가?>도 고슈개리언이 편집해 출간한 최신 유고다. 2014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검은 소>는 알튀세르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개념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포기하기로 한 프랑스 공산당 22차 당대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이 개념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기 위해 쓴 저작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선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를 자본주의와 단절하지 못하고 체제 내 개혁에 머문 사상가라고 정면 비판해 관심을 끈다.

심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가 이행기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알튀세르 사상을 다시 주목하고,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1990년대 들어 소비에트가 붕괴하면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이들은 자본주의 외의 대안은 없다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하지만 2001년 9·11 사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6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미국 헤게모니의 자본주의가 해체되는 이행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단히 묶여 있던 사회구성체의 경제, 정치, 문화 같은 상하부 구조가 느슨해지고 흐트러지며 새로운 사회로 이행해가는 과정을 ‘과잉결정’ ‘과소결정’과 같은 개념으로 치열하게 분석한 알튀세르가 다시 귀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인가? 심 교수는 공산주의 대신 ‘코뮌주의’란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전제하며 “코뮌주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국제적인 연합이라고 알튀세르는 말했다. 그렇기에 스탈린주의는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라고 끊임없이 비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코뮌주의를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보여줄 순 없고, 다만 ‘코뮌주의란 소비에트 더하기 전력화 더하기 정신분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과 공장을 수직적 명령이 아닌 철저히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혁신적 과학기술을 독점자본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을 위해 사용하는 ‘소비에트’ 생산 체제, 이에 더하여 상품과 미신과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신분석’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을 잡은 사람이 모든 걸 알아서 해주리라고 믿는 게 아니라, 다양한 단체와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심도 있게 연대하면서 사회구성체 전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상가가 알튀세르다.”

생전의 루이 알튀세르. 난장 제공
생전의 루이 알튀세르. 난장 제공
알튀세르 저작의 번역자이자 학술대회 발제자로 참여하는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알튀세르의 코뮤니즘 사상의 한계에서부터 새로운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알튀세르는 노동과 자본의 적대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적대 관계라고 봤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계급투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젠더 갈등이나 인종주의, 민족주의 등 다양한 적대가 나타나는 현재 상황에 온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또 자신이 대중을 이데올로기에 예속된 주체로 보면서 동시에 대중이 역사의 진보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모순점도 존재한다. 알튀세르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새롭게 읽어내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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