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발명 1700~1789 / 1789 이성의 상징장 스타로뱅스키 지음, 이충훈 옮김/문학동네·3만원
프랑스 지성사 전문가 장 스타로뱅스키(98)가 18세기 사상과 예술에 나타난 현대성의 원천을 탐구한 대표 저작이 국내에 출간됐다.
스타로뱅스키는 ‘제네바학파’로 알려진 학자이자 문예비평가로 국내에는 장자크 루소 연구의 필독서로 꼽히는 <장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아카넷)의 저자로도 소개된 바가 있다. 문학박사로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지성사 교수로 부임한 직후, <멜랑콜리 치료의 역사>로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자유의 발명 1700~1789>(1964)과 <1789 이성의 상징>(1973)은 2006년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합본 재발간된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1814년에 그린 작품으로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 반란군을 진압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스타로뱅스키는 부르주아 계급이 주도권을 잡은 19세기가 18세기를 ‘구체제’로 설정한 뒤 경박한 시대로 ‘상상’했다고 지적한다. “부르주아는 프랑스혁명 덕에 모든 것을 얻었으면서 정작 혁명을 세상에 악이 들어오게 된 틈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는 18세기를 계몽사상에 힘입어 인간 본성을 회복하고 감각과 감정을 우선시했던 시대라고 재평가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18세기가 보여준 다양성과 이 다양성들 간의 경쟁과 길항이 만들어낸 수많은 차이들이다. 감각적이고 호사스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꽃피우자 그 반작용으로 신고전주의와 민중적 양식이 등장하듯, 고대와 현대,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양식, 고전주의와 고딕주의 등 수많은 경쟁들은 새로운 장르들을 발명했다. 스타로뱅스키는 18세기 회화 작품들에서 19세기 인상주의부터 20세기 초현실주의 경향까지 읽어낸다. 예술사가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18세기가 실은 온갖 현대적 예술 운동과 이념의 토대였다는 것이다.
마르셀 레몽과 장 루세 등 제네바학파의 일원인 장 스타로뱅스키 스위스 제네바대학 교수(지성사). 문학동네 제공
두 번째 작품 <1789 이성의 상징>에선 1789년 프랑스혁명의 신화를 벗겨낸다. 그는 1789년의 모든 사상과 예술작품을 ‘혁명적/반혁명적’으로 나누는 도식을 거부하고 ‘빛과 어둠의 반작용’으로 설명한다. 빛은 편견과 미신의 어둠을 밝히는 ‘지식’과 봉건체제를 일소하는 ‘혁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성이 잠든 순간 역사는 폭력으로 돌변하는 ‘어둠’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어둠을 그로테스크한 그림들로 포착한 것이 바로 프란시스코 고야다.
“어둠이 드러나면 짐승들이 우글거리게 된다. 기원에의 호소는 삶의 깊은 원천을 향한다. 바로 여기가 잡종이 만들어지는 지점이며, 고야의 그림에서 삶의 색채가 악의 어둠과 뒤섞이게 되는 기이한 합류점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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