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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다양한 부엌들이 품고 있는 사람 냄새

등록 2018-11-16 06:02수정 2018-11-16 20:05

[책과 생각] 잠깐독서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
-부엌에서 마주한 사랑과 이별
오다이라 가즈에 글·사진, 김단비 옮김/앨리스·1만3800원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부엌은 생활의 주된 무대다. 매일의 끼니를 해결해온 흔적뿐 아니라 그런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고받아온 다양한 감정들이 그곳에 서려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디지털판에 ‘도쿄의 부엌’이란 제목의 칼럼을 연재해온 오다이라 가즈에는 부엌이란 공간을 주로 취재의 대상으로 삼아온 작가다.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은 ‘사랑’이라는 테마로 그가 취재차 만나온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부엌 이야기를 엮었다. 그저 건조한 생활의 공간으로만 여기기 쉬운 부엌을 섬세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마음의 전당으로 풀어내는 지은이의 취재 솜씨가 대단하다.

“남자와 푸른 잎 나물은 궁합이 나쁘다.” 마흔여덟살에 남편과 헤어진 여성이 남긴 ‘명언’이란다. 채식 중심으로 식생활을 바꾼 아내와 간이 센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사이의 틈은, “마주하는 방향이 어긋나버린” 부부의 현주소였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어느 요리 블로거의 부엌에는, 먹는 걸 유난히 좋아했지만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먹보’ 남편에 대한 아픈 기억과 현재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또다른 ‘먹보’ 애인과의 행복이 함께 녹아 있다. 아이의 알레르기를 신경쓰며 까다로운 기준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어떤 여성은 남편이 차리는 평범한 아침 식탁을 보면서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노숙자 부부의 부엌, 여성 커플의 부엌, 홀로 사는 아흔두 살 여성의 부엌 등 다양한 부엌들이 음식 냄새뿐 아니라 ‘사람 냄새’를 풍긴다. 작가의 말처럼 부엌은 “평소엔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비밀의 공간이라,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사람은 마음의 빗장을 조금 푸는가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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