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새리그 킹 지음, 유시연 그림, 이혜선 옮김/봄나무·1만3000원 열한 살 소년 오비 데블린은 집 주변을 흐르는 데블린 샛강에서 쓰레기를 청소하곤 한다. 오비의 성과 강 이름이 같은 데에서 알 수 있듯, 이 주변의 모든 것은 과거 오비의 외가인 데블린 집안의 것이었다. 이젠 남의 땅이 됐지만, 옥수수 밭은 여전히 오비의 영역이었고, 데블린 샛강은 “내 샛강이었다.” 인간은 ‘영역’ 싸움을 하고 불도저로 땅을 밀어 ‘개발’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을 뿐, 그 누구도 샛강을 신경쓰지 않는다.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오비는 어느 날 샛강에서 이상한 야생 동물과 만난다. 난생 처음 보는 종인 그 녀석은 신기하게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을 먹는다. 그 동물에게 ‘마빈 가든’이란 이름을 붙여준 오비는, “마빈이 환경 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엔 큰 문제가 있었다. 마빈은 아주 심한 유독성 폐기물 똥을 누기 때문이다. 마빈과 그의 가족은 자칫 온 세상을 녹여버릴지도 모른다. 때문에 오비는 마빈의 존재를 쉽게 남에게 알리지 못한다.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오비에게는 또다른 고민이 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영역’ 싸움을 즐기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것. 자신을 과시하고 남을 괴롭하는 남자아이들의 이런 모습은, 소중한 식량을 생산하던 땅을 파괴하여 주택 지구로 개발하고 그 결과인 환경 파괴를 모른 척하는 어른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과연 삶의 터전과 친구를 잃은 오비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샛강과 마빈을 둘 다 지켜낼 수 있을까? 책 중간중간에 백년 전 소중한 땅을 팔아야 했던 증조할머니의 옛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오늘날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는 오비의 노력에 ‘희망’을 전해준다. 청소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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