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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영웅문’ 진융(김용) 별세

등록 2018-10-30 22:04수정 2018-10-30 22:30

영웅문, 소오강호, 천룡팔부 등
전세계적 인기 누린 무협소설 작가
30일 지병으로 별세… 향년 94.
94살로 타계한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 연합뉴스
94살로 타계한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 연합뉴스
홍콩 무협소설의 대가로 손꼽히는 작가 진융(김용·金庸)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

30일 저녁 홍콩 <명보>를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은 이날 오후 진융이 홍콩의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진융의 본명은 자량융(査良鏞)으로, 진융은 무협소설을 쓰면서 사용한 그의 필명이다. 1924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그는 1955년 홍콩 <신만보>에 <서검은구록>을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무협소설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1959년 홍콩의 일간지 <명보>를 창간해 1993년 은퇴할 때까지 주필로 일하는 등 언론인으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1972년 절필할 때까지 그가 쓴 15편의 무협소설들은 중화권뿐 아니라 동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꾸준히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등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번졌다. 그의 전체 작품 세계는 ‘비설련천사백록(飛雪連天射白鹿), 소서신협의벽원(笑書神俠倚碧鴛)’이란 대련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스스로 14편 작품의 제목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진용의 전 세계 독자층은 3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통속적·상업적이라 여겨졌던 무협소설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중국 대륙에서 한때 ‘금서’로 분류됐었으나, 개혁개방 시기를 맞아 ‘해금’되면서 중화권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비약적인 인기를 얻었다. 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사조영웅전>을 필두로 한 ‘영웅문’ 시리즈 등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인 <천룡팔부>는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2004년 11월에 펴낸 전국고등학교 2학년 필수과목인 어문독본 제2과에 실렸다. 홍콩에서는 <사조영웅전> 일부가 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진융은 1997년 중국이 홍콩의 주권을 회복한 이후 홍콩 작가로선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했다. 은퇴 이후 대륙으로 돌아간 뒤 역사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2000년대 들어 8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캐임브리지대 유학길에 올라 고고학 박사 학위를 따내는 등의 활동으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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