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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든 위대한 것은 작은 벽돌 위에 서 있다

등록 2018-10-25 20:10수정 2018-10-25 20:32

작은 벽돌의 나를 찾는 여행
책장마다 세계 유명 건축 드로잉
건축미학과 진로탐색 어우러져
작은 벽돌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글, 줄리아 로스먼 그림, 정진호 옮김/그레이트북스·1만3000원

세상은 작은 조각 모음이다. 하나의 개인은 어느 자리엔가 맞춰져 세상의 한 조각이 된다. 그 조각은 더없이 크고 공고한 그 무엇이 되어 제 자리를 잡는다. 그 조각을 빼내면 휑하니 뚫려버려 미완의 퍼즐로 남는다.

여기 작은 벽돌이 있다. 벽돌은 세상의 모든 건축물을 이루는 단위 조각이다. 하지만 한 장의 작은 벽돌로 세상에 나왔을 땐 어떤 건축물의 어떤 일부가 될지 알지 못한다. 끝을 쳐다볼 수 없을 만치 거대한 빌딩 앞에 선 작은 벽돌은 깜짝 놀랄 수밖에.

“위대한 것들은 작은 벽돌에서 시작한다.”

엄마 벽돌은 거대한 것도 처음에는 작고 미약한 존재였다는, 지금은 어릴지라도 언젠가는 위대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세상 이치를 말해준다. 꼬마 벽돌의 갸웃거림은 소방서도 학교도 우체국도 모두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이란 걸 보고 끄덕임으로 바뀐다. 벽돌의 호기심은 옆 동네와 그 옆 동네를 지나 바다 건너 까마득히 먼 곳까지 차오른다. “넓은 세상에서 내게 맞는 자리는 어딜까?” “나도 위대한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독자에게 두 갈래 길을 제시한다. 작은 벽돌의 ‘나를 찾는 위대한 여행’(부제)을 따라가는 길과 그림책 위에 지어진 건축물을 따라가는 길. 붉은 갈색 계열의 촘촘한 벽돌 문양과 세밀한 먹색 펜화의 담백한 대비는 더없이 아름다운 두 길로 독자를 데려간다. 실제 세계적인 유명 건축물인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종이 지면에 옮겨놓았는데, 선명한 실사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절제된 미감이 책의 매력이다. 드로잉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즈음, 보일까 말까 한 작은 벽돌이 장대한 건축물 사이로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걸 발견한다.

벽돌은 점점 자라서 항해에 나서고 햇살을 받아 더 단단해진다. 스스로도 자신감이 차오른다. 벽돌은 성과 요새를 처음으로 만난다. 중세 기사들이 지은 말보르크 성과 칭기즈칸의 공격을 견딘 아르크 요새. 숱한 전쟁으로 상처투성이인 성벽을 보자 회의가 든다. “난 싸우고 싶지 않은걸.” 벽돌은 다시 길을 떠난다. 성 바실리 대성당, 말위야 탑, 파크 이스트 유대교 회당, 마하보디 불교 사원…. 기도 공간의 신성한 아름다움은 그뿐,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다. 여정은 “땅을 갈라놓는” 만리장성과 “16분 만에 뚝딱 지었다”는 뉴욕 인근 래빗타운 등으로 이어진다. 벽돌이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 길 위의 벽돌은 아무 것도 되지 못할 거란 어두운 감정에 휩싸인다. 누구나 자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법. 벽돌이 찾은 자신의 꿈은 어떤 것일까?

꿈을 찾아가는 벽돌의 진로 탐색기와 더불어 아이들과 다양한 꿈 이야기를 해보아도 좋겠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겐 네모를 벗어난 건축공간의 미학을 선물하는 책이다. 초등 1~6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그레이트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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