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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든 게 무너졌을 때 무엇이 우릴 구원할까

등록 2018-10-25 20:08수정 2018-10-25 20:20

가문비 탁자
공원국 지음/나비클럽·1만4000원

티베트와 중국 내륙이 만나는 골짜기에 자리한 도시 ‘강녕’. 지진대 위에 있지만, 중국이 점령한 이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댐이 세워졌고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예측하지 못한 어느 날, 거대한 지진이 도시를 덮친다.

각자의 사정으로 이 도시에 모인 사람들. 퇴역장군 장인우에게는 붕괴 위기에 놓인 댐을 해체하라는 외통수의 임무가 주어진다. 티베트 대목수의 아들 체링은 아버지를 증오해 현대적인 건축회사를 만들었지만 부패한 카르텔 아래 놓이게 되고, 이 그물을 벗어나려 한다. 동물원에서 해직돼 티베트를 여행하던 중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한국인 지우. 그는 여인의 조카들과 함께 오래됐지만 단단한 가문비나무 탁자 아래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내가 아는 것은 하나뿐이다. 건물은 무너지고 탁자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더 크고 새로운 것이 무너지고 작고 오래된 것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앞으로도 엄청나게 높고 큰 것들이 끝없이 무너지리라는 것이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운명을 맞고 싶은지 소설은 진지하게 묻는다.

11권짜리 <춘추전국이야기>의 저자이자 탐험하는 인류학자 공원국이 쓴 소설이라는 점부터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 중엔 선 굵은 이들이 여럿 있는데, 공 작가가 중국 오지와 유라시아 초원을 누비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쓴 첫 소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결말로 이끌고 가는 흡입력이 강렬하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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