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교회 언니’의 신앙상담
거짓 위로에 나를 방치하지 않는 법
“용기가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거짓 위로에 나를 방치하지 않는 법
“용기가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이동옥 지음/현암사·1만6000원 관계가 몰고 올 먹구름이 두려워서는 어떤 사랑도 할 수 없다. 잊기 쉽지만, 사랑은 결코 행복을 보증하지 않는다. 사랑이 우리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곳은 성숙이다. 그래서 혼란과 고통이 반드시 수반된다. 그런데 여기서, 정신 차리고 잘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다. 기꺼이 쓰라림을 감수하는 실행과, 참담한 상황에 스스로를 방치하는 실수는 아예 다르다. 전자는 사랑하는 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후자라면 학대에서 얼른 벗어나야 한다. ‘사랑’의 종교라는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이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여성 신자에게 더 그렇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는데, ‘너희’에 여자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는 목소리들. 진리와 부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 나왔다. “당연한 방황의 끝에서, 용기가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가톨릭 신앙인이자 페미니스트인 이동옥 홍익대 교양교육원 초빙교수가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를 펴냈다. 그가 직접 만난 여성들의 교회 생활을 생생하게 담았다. 글의 초점은 ‘무엇이 자유이고 아닌지’에 대한 분별력을 심는 데 맞춰졌다. 교회는 달라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세속과 참 비슷하다. 대놓고 ‘여성을 차별한다’고 말하는 종교는 없지만 현실은 따로다. “종교는 인간 세계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중심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종교는 어디에도 없다.” 교회에는 일부 “친근감의 표시로 손을 잡거나 껴안고 안마를 해달라는 남성 성직자나 수도사”와 그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정성스럽게 안마를 하는 여성 신자”가 있다. 또 “사제와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신부를 유혹한 나쁜 여성’으로 억울하게 비난받은 젊은 여성, 성직자로부터 반말을 듣거나 의견이 무시당할 때 분노하는 중노년 여성 신자”가 드물지 않다.
영화 <주님은 페미니스트>(원제는 Radical Grace, 2015) 포스터. 낙태, 피임, 동성애, 여성 사제를 반대하는 교황청에 반기를 든 수녀 세 명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여성인권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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