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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인문정신 깃든 6곳 서원 탐방

등록 2018-10-11 19:34수정 2018-10-11 20:07

석실서원, 도산서원, 덕천서원, 옥산서원, 돈암서원, 필암서원
조준호 외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각 권 1만6000원

서원(書院)은 중국 당나라 때부터 관료를 배출하기 위한 학원의 성격으로 등장했지만, 조선에 들어오면서는 선배 유학자를 모시는 ‘제향’(祭享)과 성리학을 탐구하는 ‘강학’(講學)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16세기 퇴계 이황(1502~1571)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서원 설립 운동을 펼쳤는데, 그 결과 “서원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다양한 문인 집단과 학파 탄생의 근거지가 되었다.” 서원은 제향과 강학이 이뤄지는 보편성과 함께 지역·학파·정파에 따른 특수성까지 품고 있는, 인문정신문화의 종합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해둔 상태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석실서원, 도산서원, 덕천서원, 옥산서원, 돈암서원, 필암서원 등 6개 서원의 가치를 재조명한 ‘서원 시리즈’ 6권을 펴냈다. 기존의 책들이 대체로 건축물이나 관광지로서 서원을 다뤘다면, 이번 시리즈는 분야별 전문가 31명이 필자로 참여해 각 서원의 역사와 특징, 자연지리와 인문지리적 환경, 중심이 된 인물들의 사상과 활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충청남도에 있는 돈암서원의 모습. 김장생, 김집, 송준길, 송시열 등을 배향한 노론계 서원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충청남도에 있는 돈암서원의 모습. 김장생, 김집, 송준길, 송시열 등을 배향한 노론계 서원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각 지역을 대표하는 6개의 서원은 저마다 뚜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경기 남양주에 있던 석실서원은 병자호란 때 예조판서로서 주전론을 고수했던 김상헌(1570~1652)을 모시며 서인-노론의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동김문이 배출한 걸출한 두 학자인 김창협·김창흡 형제는 석실서원의 강학을 주도하며, 18세기 노론 내부에서 벌어진 ‘호락논쟁’에서 석실서원이 서울 지역 ‘낙론’의 진원지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세와 실용을 중시했던 이들의 학풍은 홍대용, 박지원 등을 필두로 한 북학 사상과도 연결된다. ‘척화절의’의 본산이 새로운 학풍과 실험정신을 자극하는 데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순조 대에 이르러 석실서원은 안동김씨 세도 정권의 존재 기반으로 변질됐다.

이황의 도산서당을 계승해 후학들이 건립한 도산서원은 조선을 대표하는 서원으로 꼽힌다. 꼼꼼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도산서원의 철저한 토지 관리 등 지식문화에 대한 견실한 투자는 조선 유학의 큰 줄기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영남 남인의 대표적인 서원으로 꼽히며 이언적(1491~1553)의 이상을 품고 있는 옥산서원, 남명 조식(1501~1572)으로 대표되는 덕천서원, 김인후(1510~1560)의 학문을 계승하며 호남 지역 서인들의 중심이었던 필암서원, 김장생(1548~1631)을 배향한 충청남도 논산의 돈암서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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