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우려를 위해 13일 인천 중구 운서동 대한항공 정비고에서 대한항공 KE952편 두바이발 항공기에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영화 지음/글항아리·1만5000원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출신의 문학가 가오싱젠은 문학이 “인간 곤경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 곤경’은 아마도 병일 게다. 병마와 분투하는 인간의 괴로움은 숱한 문학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그려지곤 한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형이 폐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을 지켜본 경험을 <안나 카레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의 작품에 옮겼고, 14세기 이탈리아를 휩쓸었던 흑사병(페스트)은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을 쓰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감염된 독서>는 최영화 아주대 교수가 현직 의사로서 맞닥뜨리는 여러 병, 특히 자신의 전공 분야인 감염병을 자신의 독서 경험과 연결시킨 책이다. 아주대 의료원 소식지에 써왔던 칼럼들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애초 문학도를 꿈꿨다는 지은이의 풍부한 독서와 민감한 감수성이,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갖추고 있는 해박한 지식과 만나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그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병으로 말미암은 죽음과 고통, 두려움 등을 껴안는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다. 이를테면 급성 뇌막염으로 죽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어머니를 떠나보낸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타인의 슬픔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 생각케 만든다. 중국의 소설가 궈모뤄가 그려낸 진시황의 죽음 장면을 두고는, 결핵성 수막염의 진행 단계가 어떤지 설명한 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질문을 던진다. 이밖에도 <이것이 인간인가>와 디프테리아, <무서록>과 말라리아, <위험한 관계>와 천연두 등 책과 감염병의 다양한 조합을 만나볼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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