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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국종판 ‘칼의 노래’

등록 2018-10-04 20:03수정 2018-10-04 20:44

골든아워 1, 2
이국종 지음/흐름출판·1만5800원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꼽지 않을까. 2011년 아덴만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그는 지난해 귀순한 북한군 또한 살려냄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를 모델로 한 드라마까지 두편이나 제작되고, 이 교수 본인이 출연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도 최근 전파를 타고 있다. 별다른 주목과 지원을 받지 못해온 외상외과에서 외롭고 치열하게 일해온 그에게 공감하며 그를 롤모델로 삼은 대중들, 특히 남성들이 적지 않다.

<골든아워>는 2002년 그가 외상외과 의사로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올해까지의 일들을 적은 회고록이다. 급박한 수술 장면과 외상외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환자들의 가슴 저미는 이야기 등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그동안 그와 함께 일해온 동료 의사, 간호사, 헬기조종사 등의 노고를 상세히 밝히고, 책 말미에 그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한명 한명 쓴 대목이 인상적이다. 원래 이 교수 본인은 책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에 결국 저술을 결심했다고 밝힌다.

이 교수 본인도 서문에서 명확히 말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정말로 진지하게 의사판 <칼의 노래>를 쓰려고 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왕과 관료들이 정치놀음을 벌이느라 별다른 지원 없이 전장에 나선 이순신 장군은 충성스런 부하 몇몇과 함께 목숨을 걸고 적들을 맞아야 한다. 그런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와 상황이 거의 그대로 반복된다. “스몄다” “허우적거렸다” “닿지 않았다” “편안했다” 같은 ‘김훈표’ 단어들도 거의 매 쪽마다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그가 구축한 세계관과 맞지 않는 사실들은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언론에서 그의 활약을 집중적으로 기사화하고, 2012년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는 등 그의 요구가 무시되어 온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들 말이다. 귀순 북한군의 뱃속에서 발견된 기생충을 상세히 묘사한 일에 대해선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자신을 변호할 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선진국 수준의 외상의료 체계를 구축하려는 그의 열정은 지지받아야 마땅하지만, 자신으로부터도 한발 떨어져 글을 썼다면 좀 더 많은 독자들의 동감을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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