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서대문구 한빛비즈 리더스홀에서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을 주제로 한 제7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이 열리고 있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제공
흔히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등을 꼽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시간과 여유의 문제보다는 독서 자체에 대한 ‘관심 부족’ 자체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으며, 이렇게 ‘읽지 않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적절한 정책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제7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빛미디어 리더스홀에서 열렸다. 이번 주제는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독자 개발 연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어떻게 하면 ‘읽지 않는 사람’(비독자)을 ‘읽는 사람’(독자)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하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책임연구자인 이순영 고려대 교수(국어교육과)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독자 개발 연구’는 1200명을 표본으로 한 설문조사와 독서 빈도와 연령에 따라 선정된 6개 집단(총 60명)에 대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로 이뤄졌다.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의 독서량은 한 달에 1.1권인데, 생애주기별로 보면 초등학생(7.6권) 때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책을 ‘전혀 안 읽는다’는 23%, ‘일년에 한 번’은 15.4%, ‘몇 달에 한 번’은 25.1%, ‘한 달에 한 번’은 17.3%, ‘일주일에 한 번’은 13.8%, ‘매일’은 5.4%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매일~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는 유형을 ‘애독자’, 한 달에 한 번~일 년에 한 번 책을 읽는 유형을 ‘간헐적 독자’, 연간 기준으로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유형을 ‘비독자’로 봤다.
애독자와 간헐적 독자, 비독자 사이에는 여러 차이가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비독자의 경우 스스로 독서에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애독자·간헐적 독자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읽는다’고 밝힌 반면, 비독자는 ‘독서에 관심이 없어서 책을 안 읽는다’고 밝혔다. 비독자는 ‘독서장애요인’으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3.1%)를 가장 많이 꼽았고, ‘독서가 즐거웠던 적이 없어서’(9.5%)란 응답 비율도 높았다. 여기엔 책과 연관된 과제·시험 등 주로 학생 시기에 겪은 독서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대부분 독자였던 사람들이 애독자와 비독자로 갈라지는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지도 나타났다. 독서에 대한 관심과 취미가 중고등학생 시기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크게 하락하는 추이를 보인 것이다.
연령대별 책(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의 변화 추이. 중학생~고등학생 기간과 20~3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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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유형별 책(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의 변화 추이. 애독자의 경우 20~30대 시기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줄어드는 경향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제공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뵬 수 있습니다.)
다만 비독자도 단일한 집단이라 할 수 없다. 유년시절 독서에 대한 긍정적 가치 체험을 경험해봤으나 취업, 육아 등 환경적 요인으로 독서와 멀어진 ‘비자발적 비독자’가 있는 반면, 독서에 대한 긍정적 가치 체험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해 스스로 독서와 멀어진 ‘자발적 비독자’가 있다. 또 유년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 ‘지속적 비독자’도 있다.
발표를 맡은 이순영 교수는 “비자발적 비독자는 환경적 요인의 개선만으로도 독자로 돌릴 수 있겠으나, 자발적 비독자의 경우는 이것만으론 쉽지 않다. 애독자-간헐적 독자-비독자에 이르는 스펙트럼과 ‘전환’의 메커니즘을 면밀히 파악해서, 독서에 대한 내적인 가치 인식까지 강화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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