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바디우 지음, 박성훈 옮김/글항아리·1만2000원 ‘꼰대’란 말이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저잣거리에서 젊은이들을 붙잡고 말을 거는 게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가 하던 일이었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철학의 문제는 바로 젊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급진주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81)도 <참된 삶>(프랑스에서 2016년 출간)에서 ‘꼰대’라 불릴 위험을 무릅쓰고 젊은이들에게 말을 건다. 그는 “철학의 주제는 바로 ‘참된 삶’”이며, “젊은이들의 타락이 있다면, 이는 결코 돈이나 쾌락이나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이 모든 것보다 우월한 무언가가 있음을, 곧 참된 삶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젊은이들이 “이미 뚫려 있는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그래서 그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도록 ‘타락’시키는 것이 그의 주된 목표다. ‘한량없는 자유’를 약속하는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 “젊은이들은 전통으로부터의 현실적인 이탈에서, 그리고 거짓 모순이라는 상상적 차원에서 오는 이중적인 영향 안에 던져져 있다”고 바디우는 진단한다. 위계를 강조하는 전통으로부터는 ‘이탈’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중립적인 자유라는 위장막 아래 오직 돈만을 보편적인 준거물이라 주장하는” 세계에 ‘정착’해야 하는 선택지만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젊음은 “삶을 불태우는 것과 쌓아올리는 것” 사이의 모순이다. 결국 바디우가 젊은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쌓아올리는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음”이다. 자발적인 감옥에 ‘정착’하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참된 삶’을 찾는 ‘떠남’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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