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달팽이야!
베르벨 오프트링 글, 야나 발치크 그림/ 한윤진 옮김, 권오길 감수/다섯수레·1만3500원
비오는 날이면 느릿느릿 나름대로 바쁜 길을 재촉하는 달팽이를 우연히 만난다. 딱딱한 껍데기를 짊어진 모양새, 끈적한 점액을 남기며 기어가는 움직임,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움츠러드는 더듬이 등 달팽이는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생명체다. 그런데 우리는 달팽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안녕, 달팽이야!>는 달팽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세밀한 그림에, 달팽이의 종류와 생김새, 숨쉬기, 짝짓기, 알 낳기 등 달팽이의 생태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붙었다. 페이지마다 접힌 구간이 있는데, 펼쳐보면 그곳에 더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지구에는 무려 10만 종이 넘는 달팽이가 살고 있는데, 책의 주인공 구실을 하는 것은 흰입술정원달팽이다. 사람들이 음식으로 먹는 부르고뉴민달팽이, 바다에 사는 보랏빛 갱민숭달팽이, 더듬이가 세 쌍 있는 늑대달팽이 등 달팽이의 생김새와 생태는 저마다 다르다. 대체로 달팽이를 상징하는 것은 단단한 나선형 껍데기(패각)인데, 민달팽이처럼 껍데기가 아예 없는 달팽이도 있다.
껍데기와 함께 달팽이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끈적함’일 것이다. 달팽이는 발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데, 발 근육을 꿈틀거리며 이 점액으로 된 얇은 막 위를 미끄러지듯 기어간다.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에 3미터밖에 못 간다고. 점액은 병균으로부터 달팽이를 보호해주는 구실을 하는데, 이것 때문에 달팽이가 지나간 길에는 하얀 흔적이 남게 된다.
달팽이는 수컷과 암컷이 따로 없는 ‘암수한몸’이지만 ‘짝짓기’를 한다거나, 추운 계절에는 땅을 파고 겨울잠을 잔다는 것, 그리고 육식을 하는 달팽이도 있다는 것 등 이밖에도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놀랍다. 앞으로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달팽이가 더욱 반가워질 것만 같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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