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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주·민생 투쟁’ 한길, 안진걸의 숨고르기

등록 2018-09-13 19:34수정 2018-09-19 17:54

되돌아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안진걸 지음/북콤마·1만4500원

시골 탄광촌의 가난한 부모는 91학번 대학생 막내아들이 보던 <한겨레신문>을 빼앗으며 으르고 달랬다. “제발 이 신문 보지 마라”, “이 신문이 대학생들 데모하게 만드는 신문이야!!” 서울로 대학 간 둘째아들이 반독재 운동을 하다 구속되는 걸 겪은 참이었다. 막내아들이 대학을 늑장 졸업한 뒤 1998년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들어가자 어머니 얼굴엔 그늘이 번졌다.

세월이 흘러 박근혜 정권 시절, 마흔을 훌쩍 넘긴 중견 활동가가 된 아들이 노모는 여전히 눈에 밟혔다. “뭣 때문에 그리 바쁘다냐? (…) 사시(사법고시)라도 보든지. 엄마가 돈 보태줄게”, “하하, 아직도 엄마는…”, “애고, 내 팔자야, 어째 우리 막내가 법대까지 나와서 사시 한 번 안보고 저러고 있을까잉.”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고, 크고 작은 민주화 시위 때 이름이 빠지지 않은 사람, “이명박근혜 정권이 한시도 적의를 거두지 않은 사내” 안진걸씨 이야기다.

지난 4월, 젊은날을 보냈던 참여연대를 나와 민생경제연구소를 차린 그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책을 펴냈다. <되돌아보고 쓰다>는 그가 “30년 가까이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는 동안 겪은 일과 투쟁해온 내력을 묶은 것”으로, 언론에 실은 칼럼과 비평, 최근의 여러 생각을 정리한 글들을 추려 담았다. 책의 부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는 지금껏 걸어온 한길이자 지금도 붙들고 있는 화두다.

시민운동가 안진걸이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시민운동가 안진걸이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부는 대학생 시절부터 최근까지 삶의 여정을 되짚어본 자전적 기록. 2부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부터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혁명까지 굵직한 사건들과 도저한 사회변혁의 흐름을 세밀화처럼 그려낸다. 3부에선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역사와 현 상황을 생활 속 실천 사례와 성과 중심으로 정리했다. 수많은 민주화운동 현장의 함성이 들리고, 밥 먹을 새도 없이 토론과 기획, 홍보와 집회를 이어가며 때론 수배되고 투옥되던 활동가들의 땀냄새가 느껴진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함께 내딛는 걸음도 생생하다.

안진걸의 눈길은 헌법적 권리 같은 거대담론뿐 아니라, 반값등록금 투쟁, 지하철역 잡상인, 1인 시위자, 비싼 이동통신비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시민, 갑질에 시달리는 ‘을’처럼 낮고 힘없는 이들에게 더 따뜻하게 향한다. 그 결과는 집시법 위반, 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온갖 혐의로 기소돼 40여 차례가 넘는 민형사 재판에 불려다니는 걸로 돌아왔다.

시민운동가 안진걸이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시민운동가 안진걸이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3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참여연대를 나온 뒤 그 많던 회의가 확 줄었다. 숨 좀 쉬는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그렇다고 천생 바쁜 팔자가 바뀐 건 아니다.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활동에 힘을 쏟으면서, 경희대·상지대·성공회대 등에서 주 9시간 강의도 한다. 여기저기 강연과 원고 집필은 덤이다.

그는 당분간 민생경제 살리기 운동에 전념할 작정이다. “요즘 보수언론과 기득권은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비난에 총공세를 펴고 있어요. 서민경제의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면 다른 모든 개혁도 물 건너갈 겁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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