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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보라, 아마추어가 세상을 바꾼다

등록 2018-09-06 19:59수정 2018-09-06 20:31

아마추어-영혼 없는 전문가에 맞서는 사람들
앤디 메리필드 지음, 박준형 옮김/한빛비즈·1만7000원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인 조직 논리로 무장한 채 대중을 유혹하는 동시에 착취하는 새로운 종교이자 범죄조직이다.”

앤디 메리필드는 마르크스주의 도시이론가로, <마술적 마르크스주의> <마주침의 정치> <매혹의 도시, 맑스주의를 만나다> 등 그의 저작이 여럿 국내에 출간된 바 있다. 지난해 영국 버소(Verso) 출판사에서 출간된 따끈한 신작인 <아마추어>에서 메리필드는 다양한 사상가와 사례를 인용해 전문가주의를 비판하면서 반지성주의가 아닌 아마추어주의를 옹호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199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 에드워드 사이드가 찾아와 했던 잊을 수 없는 강연을 소개한다. 오리엔탈리즘 비판가로 유명한 사이드는 이 강연에서, 19세기 지식인들은 체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시인이거나 작가·보헤미안이었지만 20세기 지식인들은 기자, 교수, 정부 관료, 각종 위원회 위원, 로비스트, 컨설턴트 등이 돼 지식을 팔아 돈을 번다고 규탄한다.

사이드의 말처럼 메리필드가 생각하는 아마추어는 기존 정치권력이나 금권과 연계하지 않고 기존 담론 틀 바깥에서 행동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특정 분야와 생계를 연계하지 않지만 오래 관심을 가지고 관련 분야의 지식을 축적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가 언급하는 발터 베냐민, 프란츠 카프카, 제인 제이콥스 같은 지식인들은 대학이나 정부에 고정된 자리를 갖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학문 체계를 뒤흔든 대표적인 아마추어였다.

메리필드는 전 세계의 도시들에서 자본에 포획되지 않은 공간들에 시민들이 모여 도시와 국가를 바꿀 방법을 토론하고 실행하며 아마추어 공동체로서 세상을 바꿀 에너지를 모으자고 독려한다. “아마추어 정치는 핵심으로 진입하기 전에 주변부에서 시작한다. 시시할 수도 있고 특별할 수도 있다. 물론 처음에 시시했던 아마추어 정치가 언젠가는 특별해질지, 혹은 특별했던 아마추어 정치가 결국에는 시시해질지 예측할 수는 없다. 원래는 변변치 않았던 세력이 어느 순간 강력한 아마추어 정치로 성장해서,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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