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책속으로
“족장은 전쟁을 할 때 선두에 서서 싸우는 사람이다.” 몽테뉴는 이 이야기를 그의 <수상록>의 유명한 한 장에서 기술하면서 그 원주민의 자신만만한 정의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내가 그로부터 거의 4세기 후에도 동일한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은 나로서는 커다란 놀라움과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족장은 명확하게 규정된 권한이나 공적으로 인정된 권위에서 그의 기반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을 우선 말해두어야 하겠다. 동의가 권력의 근원을 이루며 또한 동의가 족장의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족장은 어떻게 그의 의무를 완수해 나가는가? 그의 권력이 지닌 무기 가운데 가장 주요한 수단은 관대함이다. 대부분의 미개민족들 사이에서, 특히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관대함이 권력의 본질적인 속성이다.···[그래서] 그는 아무리 자질구레한 것들일지라도 빈곤이 닥칠 경우에는 상당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식량, 도구, 무기, 장신구 따위의 여분의 양을 그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 개인이거나 가족이거나 또는 전체로서의 하나의 무리가 어떤 것을 욕구하거나 필요로 할 때 그 호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바로 족장이다. 그러므로 관대함이란 새로운 족장에게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 하겠다.···
족장들은 가장 적합한 나의 정보 제공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있었으므로 기꺼이 그들에게 풍부한 증여물을 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들에게 준 선물은 하루나 이틀 이상 그들의 손에 있지를 않았다. 내가 어떤 무리들과 몇 주간을 함께 지내고 헤어질 때가 되면 주민들은 내가 [족장에게] 주었던 도끼·칼·진주 따위를 소유하고 있고는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반적으로 족장은 물질적인 면에서는 내가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빈곤한 상태에 있었다.···
훌륭한 족장은 그의 솔선수범하는 능력과 기술을 증명한다. 화살의 독을 준비하는 사람은 족장이다. 마찬가지로 족장은 남비콰라족의 유희에 사용되는 야생의 고무로 된 공도 만든다. 또한 그는 무리들이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출 줄 아는 쾌활성을 지녀야만 한다.(박옥줄 옮김, <슬픈 열대>(한길사), 564~567쪽)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