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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저기에 당신의 이야기가 놓여있네요

등록 2018-08-30 19:43수정 2018-08-30 19:57

소설가의 사물-사소한 물건으로 그려보는 인생 지도
조경란 지음/마음산책·1만3500원

‘사건에 대한 서술보다 주인공 내면에 그려지는 외부 세계의 인상이나 관념, 극히 일상적인 과정들에 대한 예리한 접근이 돋보인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이 소설가 조경란을 설명하는 한 대목이다. 이 책을 이렇게 설명해도 모자람이 없다.

<소설가의 사물>은 소설 쓰는 틈틈이 산문집을 펴온 저자가 연필, 반지, 선글라스 등 자신이 소유하고 있거나, 과거 있었던 ‘사물들’에 대한 상념들을 촘촘히 엮은 책이다. ‘사소한 물건으로 그려보는 인생 지도’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동생들과 ‘성냥’을 그어 불장난 하던 유년 시절 추억부터 산토리 위스키와 탄산수에 레몬즙을 듬뿍 넣은 하이볼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길어올리는 촉촉한 감성과 깊은 통찰을 독자들에게 잔잔하게 전달한다. 작은 미물에도 잔뜩 감정을 이입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이라, 마치 ‘현대판 조침문’을 보는 듯도 하다. 또 무척 다채로운 책들이 해당 사물과 얽혀 소개된다. <노인과 바다> <오 헨리 단편선> 등 널리 알려진 책들도 있지만 제목조차 생소한 책들이 많다. 조경란을 만든 책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이기도 하다.

2016~17년 1년간 <동아일보>에 연재한 내용 가운데 50개의 사물을 엄선해 전면 개고해 펴낸 것이다. 저자는 “묵묵히 곁을 지켜왔던 나의 물건이 곧 나의 총체”라 했다.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이들이 저자처럼 ’나의 사물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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