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구의 감소로 타격을 입는 것은 출판사나 서점만이 아니다. 책 생태계의 한 부분인 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용자가 점점 줄어가는 현실에서 도서관의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
30일 전남 순천 순천만국가정권 국제습지센터에서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6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이 “도서관, 내일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지난 2월 문체부가 발표한 ‘2017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지난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2.2%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22.9%였던 것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성인 10명 중 2명만이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중 적지 않은 수가 도서 열람이 아닌 공부 목적 등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데에 도서관이 느끼는 위기감은 적지 않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방문자의 과거 독서 이력을 기반으로 한 도서 추천 서비스가 개발·적용되고 있어, 도서관 사서가 ‘미래에 사라질 직업’ 수위에 꼽히고 있는 현실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은 이런 현실에 대해 “그동안 도서관의 주요한 활동이 언제나 다른 기관으로 대체가 가능한 인문학 강의 같은 행사들을 여는 것이라거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활동 진작이란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래에도 도서관은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 보장이라는 사명에 기초한 문화 전승 기관으로서 존속되리라 확신한다”면서 “이런 도서관에서 사서는 지성, 문명, 미래를 위한 설계자로서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을 이용해 그동안 사서들을 묶어두었던 행정 업무로부터 해방해, 사서들이 방문자들을 직접 만나 책과 자료를 추천하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독서 모임 활동 등을 조직하는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양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서관 형태들이 나타나는 흐름은 주목해볼만 하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나 한국의 현대카드 디자인·트래블·뮤직라이브러리처럼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한 ‘라키비움’(Larchiveum)과 같은 형태의 기관들이 새로운 도서관의 모델로 등장해 대중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곽승진 충남대 교수(문헌정보학)는 “2010년 초부터 시카고도서관 등 미국 등지 도서관에서 소규모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물건을 제작하는 ‘메이커스 운동’을 받아들여, 3D 프린터 같은 장비들을 구비해놓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도서관과 사서야말로 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축이자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기관으로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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