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글·그림/고릴라박스·1만2000원 개들이 주인인 세상이다. 자신을 노예로 부리던 ‘핑거스’로부터 자유를 찾은 개들은 이제 좋아하는 똥을 맘껏 누리며 살아가게 됐다. 그러나 똥을 차지하기 위해 큰 전쟁이 벌어지고 너무 많은 개들이 죽자, 개들은 전쟁을 멈추는 대신 ‘덩림픽’을 열기로 했다. 거대한 똥더미는 바로 덩림픽 정신의 상징! 폐막식 때에는 이 거대 똥더미가 마치 폭죽처럼 팡팡 터지고 관중들은 떨어지는 똥들을 맛보면서 세계평화를 다짐한다. 진도개인 꾸쟁, 삽살개인 복실, 풍산개인 풍순은 즐겁게 학교에 다니는 명랑한 ‘개 삼총사’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덩림픽에서, 이들은 전교생과 함께 폐막식 ‘카드 섹션’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축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똥더미가 어쩐지 수상하다. 뛰어난 후각을 지닌 삼총사의 선생님 ‘개코 쌤’도 똥더미의 향기 속에서 뭔가 다른 향기를 맡아내는데…. 안그래도 악당 ‘핑거스’가 호시탐탐 덩림픽에서 테러를 일으키려고 여러가지 음모를 진행하고 있는 참이다. 꾸쟁이 등 삼총사는 과연 핑거스의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출판사와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공동 주최한 ‘이 동화가 재밌다’ 제1회 심사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발한 상상력에 기댄 이야기를, 글과 그림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풍성한 볼거리로 엮어낸 참신한 형식의 콘텐츠다. 동화, 그림책, 만화 등 기존의 다양한 형식들을 하나로 녹여냈다. 실질적인 독자인 초등학생들도 참여한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차라리 개가 똥을 끊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똥을 좋아하는 개의 본성과, 이것을 싫어하는 인간들의 반응을 주된 테마로 삼은 것부터가 기발하다. “개가 하는 소리니까 개소리” 등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애드리브’들도 발랄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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