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조영학·노승영·박산호
소소한 버릇, 도구 집착부터
좋은 번역에 대한 성찰까지
번역가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
소소한 버릇, 도구 집착부터
좋은 번역에 대한 성찰까지
번역가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
조영학 지음/메디치·1만5000원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세종서적·1만4000원 막이 내리고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출연자를 지나 무대 뒤에서 공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사람들이 무대 위로 불려나올 때,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한층 커진다. 저자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번역가가 한 발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공연이나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는 그런 마음 말이다. 번역가 세 명이 책을 냈다. 번역 17년 차 중견 장르소설 번역가 조영학이 <여백을 번역하라>를, 10년 넘게 인문·사회·과학 번역을 해온 노승영과 장르소설 번역에 주력해온 박산호는 공저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지부터 번역가의 고달픈 일상까지 색깔은 다르지만 이야기들이 책을 넘어 이어지고 포개지는 모습이 흥미롭다. 7년 넘게 번역 강의를 해온 조영학 번역가가 번역을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이렇다. “하늘이 점지해준 천직이 아니라면 이쪽으로는 오줌 눌 생각도 하지 마라.” 번역을 하며 한 달에 400만원을 벌려면, 매달 원고지 1천매를 번역하면서 동시에 검토와 독서, 교정까지 병행해야 하는 중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번역가의 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표면적으론) 번역의 질이 아닌 양이다. 번역이 좋다고 출판사에서 (당장은) 돈을 더 주진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한 권을 2~3달 안에 끝내야 하는데, ‘완벽한’ 번역을 하겠다고 자료와 교정지를 붙들고 늘어진다면 그 전문번역가는 1년도 안 돼 굶어 죽을 것이다. 절대적 시간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몇몇 사소한 오역을 들어 번역가의 생계를 끊을 작정으로 달려드는 비평가들이 못내 야속한 이유다. 그가 주로 술술 읽히는 장르소설을 번역하는 사람이긴 하나, 그의 번역론은 얕지 않다. 그는 직역과 의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구도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기호만 번역 대상으로 보고 문법·목소리·언어습관·시대상 등 ‘여백’은 무시한 채로 생기 없는 번역을 만들어놓고는 이를 ‘직역’이라고 미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번역은 마치 고래를 저수지에 옮겨놓아 죽게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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