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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가’에 필적하는 플라톤의 대작, ‘법률’

등록 2018-08-23 19:54수정 2018-08-24 00:58

플라톤의 법률 1·2
플라톤 지음, 김남두·강철웅·김인곤·김주일·이기백·이창우 옮김/나남·1권 2만4000원, 2권 2만6000원

플라톤이 노년을 바쳐서 집대성한 마지막 ‘대화’ 편인 <법률>이 새로운 번역으로 국내에 출간됐다. 나남출판사에서 펴낸 이번 ‘나남’ 판은, 국내 서양고전 연구단체인 정암학당을 중심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20여년 동안 공동 독회, 연구, 번역에 힘써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서양고전문헌학 전문가인 김남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를 비롯해, 강철웅 강릉원주대 교수, 김인곤 정암학당 연구원, 김주일 정암학당 연구원, 이기백 정암학당 이사, 이창우 가톨릭대 교수 등이 옮긴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법률>의 국내 원전 번역본으로는, 플라톤 철학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종현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2009년 펴낸 ‘서광사’ 판과, 많은 그리스·로마 원전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펴온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2016년 펴낸 ‘숲’ 판이 나와있는 상태다. 이번 ‘나남’ 판 출간으로 <법률>을 읽기 위한 우리말 판본은 세 가지로 늘어났다. 정암학당은 출판사 이제이북스와 함께 ‘플라톤 전집’을 꾸준히 펴내고 있기도 하다.

<법률>은 플라톤 저술 가운데 가장 길고 방대한 작품이지만, 다른 대화편들과 전혀 다른 입장을 담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에 견줘 한동안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때론 플라톤의 저술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옮긴이를 대표하여 김남두 교수가 쓴 ‘옮긴이 해제’는 플라톤 저술에서 <법률>의 위상과 이에 대한 학계의 수용사를 잘 밝혀준다. 김 교수는 <국가>의 해석과 수용은 <법률>에 대한 평가와 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최근 들어 “<법률>을 재해석할 뿐 아니라 플라톤 정치철학의 주 저서를 <국가>가 아닌 <법률>로 보아야 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들과 달리 <법률>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나오지 않는다. 크레타 사람인 클레이니아스, 스파르타 사람인 메길로스 그리고 대화 중 ‘손님’으로 불리는 아테네인 등 세 사람이 주된 화자로 등장하는데, 대화를 주도하는 익명의 아테네인이 플라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가상의 나라 ‘마그네시아’를 통해 이들이 펼치는 이상적인 ‘법치 국가’에 대한 논의는, “플라톤은 생애 마지막 단계에 현명한 정치체제를 법제화할 참주의 출현 가능성이 훌륭한 통치자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보다 더 개연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김남두 교수는 “법의 지배 이외에, 왕정과 민주정의 중항(中項)이며 권위와 자유의 중항인 ‘혼합정체’라는 또 다른 원칙이 제시된다”고 말한다. 법의 토대를 신에게 두는 대화자들의 태도나 “모든 법률이 법률의 도덕적 필요성을 설명하는 서문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 등은 이성적 설득 없이 단순한 위협이나 명령에 그치는 법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도 짚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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