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디 마이오·론 프랜셀 지음, 윤정숙 옮김/소소의책·1만7000원 미국의 대표적 법의병리학자로 9000건 이상의 부검을 하고 2만5000건 이상의 죽음을 조사한 빈센트 디 마이오가 45년 ‘영안실(원제: Morgue) 라이프’를 풀어놨다. 의사의 일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주검만 “내 환자”인 이 의사의 일 역시, 살리는 것이다. “전염병이나 살인자에 맞서는, 또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인간의 성향에 맞서는 조기경보 체제”로서 다수의 생명을 살리는 법의학. 그 세계가 영안실 커튼 밖으로 나온다. 이때, 생명은 정의라 불러도 무방하다. 정의란 “사실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그에 따르는 타당하고 공평한 결론”이며 “법의학적 증거가 정의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실이란 왜곡되기 쉽고, 기억은 변주되기 쉽다. 법의학은 의문스런 죽음에 질문을 던지고,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이론들을 논쟁시켜 객관적 진실에 어렵게 다가간다. 이 과정이 언제나 “‘고통스럽게 완벽한’ 정의”였다고 그는 회고한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삶도 귀하다) 운동의 출발이 된 2012년 트레이본 마틴 총살 사건, 1982년 텍사스주 소아과병원 연쇄살인 사건 등에서 그가 캔 정의와 진행형인 논란(빈센트 반 고흐 타살론) 등 사례마다 내막과 통찰을 눌러담았다. 본인이 ‘총알 4발’ 저격당해본 경험도 썼다. 처음과 끝 문장이 같다. “나는 인간의 심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죽음에서 극적 가미를 걷어내고 증거만 찾아온 이의 ‘모른다’는 반복은 “인간성에 대한 더 거대한 질문”의 복창으로 들린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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