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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트남 난민 가족의 생존을 위한 분투

등록 2018-08-23 19:54수정 2018-08-23 20:06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그림으로 그린 베트남 회고록
티 부이 지음, 정재윤 옮김/내인생의책·2만원

1975년 베트남전쟁으로 남베트남이 패망하자 보트피플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한 부이 가족. 티는 6남매 중 다섯째다. 둘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그녀는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티는 자신이 부모가 되자, 이제 부모님의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1등만을 강요했던 어머니, 무능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별거한 지 20년이 넘은 두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베트남 난민 가족의 삶을 그려낸 그래픽노블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은 올해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받은 티 부이의 데뷔작이다.

내인생의책 제공
내인생의책 제공

아버지 ‘남’의 어머니는 어릴 적 대기근 때 아버지의 구타를 못 이겨 집을 나간다. 아버지는 공산주의 운동에 가담해 북쪽으로 떠난다. 7살 때부터 조부모 손에 길러진 ‘남’은 남베트남에서 프랑스학교에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읽었다. 어머니 ‘항’의 아버지는 프랑스와 남베트남을 위해 일한 토목 기사였다. 부유한 집안에선 자주 연회가 열렸다. ‘항’은 책 읽기를 좋아했고, 공부를 잘했다. 그녀의 꿈은 의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22살의 남자와 19살의 여자 사이엔 아이가 생겼고 그 뒤에 둘은 결혼했다.

그리고 전쟁이 있었다.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그들의 삶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북베트남의 공산군은 교사 출신으로 교육부에서 일하던 아버지와 고교 교사인 어머니 같은 사람을 ‘응우이’로 불렀다. ‘잘못된’, ‘거짓된’이란 의미였다. 이웃의 공산당 간부가 집에 오기로 한 전날, 아이들은 책을 급히 읽고 불태워버려야 했다. 아버지는 일터에서 쫓겨나 오지로 보내져 노역을 하게 될 상황이 되자 가족, 친척들과 함께 보트를 마련해 고향을 떠난다.

내인생의책 제공
내인생의책 제공

태국 해적선의 추적을 따돌려가며 3일 밤낮으로 800㎞를 항해해, 말레이시아의 난민 캠프에 무사히 도착한다. 그곳엔 이주민들을 데려가기 위해 프랑스, 캐나다, 미국의 대표단들이 와 있었다. 부이 가족은 친척들이 있는 미국행을 택한다. 미국에서 어머니는 낮엔 시급 3달러짜리 공장일을 하며 밤엔 공부해 직장을 잡았다. 자신의 과거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는 구직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불화하다가 결국 별거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닦달에 하나같이 수석·차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예의 바르고, 서로를 돌보고,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도록 가르쳤다. 그것은 의도된 가르침이었다. 추방되지 못한 악마에게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형성된 의도하지 않은 가르침.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내인생의책 제공
내인생의책 제공

우리가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겪었던 고통을 우리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겪었고,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의 태도는 달라질까?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 중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이든 그림이든 뭔가로 그려냈을 때, 거기에 나오는 한국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그림 내인생의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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