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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영복의 ‘사색’과 함께 30년, 다시 처음처럼…

등록 2018-08-14 18:33수정 2018-08-14 19:5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30주년 기념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시대의 스승’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1941~2016)의 대표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신영복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받아 20년20일을 복역한 이후 1988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출소 전달부터 <평화신문>에 네 차례에 걸쳐 ‘통혁당사건의 무기수 신영복씨의 편지’를 실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출소 다음 달에 감옥에서 가족과 친구 등과 주고받은 엽서를 모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햇빛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 출판사는 같은 통혁당 수감자인 오병철의 부인 윤일숙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초판은 애초 출소일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가석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족의 염려로 9월5일로 맞춰졌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1988년 12월 <여성신문> 창간호에 이렇게 서평을 썼다. “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1998년 출소 10주년을 맞아 돌베개 출판사는 새로 발견된 메모 노트와 편지글을 더하고 글의 순서를 바꿔 증보판(2판)을 냈다. 증보판은 현재까지 82쇄가 발행돼 35만부가량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저자가 감옥에서 보낸 엽서를 모아 영인한 <엽서>도 1993년 너른마당 출판사에서 출간됐다가 재판까지 찍고 절판돼, 이후 2003년 돌베개 출판사가 재출간했다.

돌베개는 15일 고급 양장을 입힌 30주년 기념판과 탁상용 서화 원목 액자를 5천 세트 한정으로 출간한다. 30주년 기념판은 글자체의 크기와 행간을 키워 가독성을 높였다. 돌베개 관계자는 “30주년 기념판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글을 넣을까 고민했지만, 신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이라 누가 될까 싶어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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