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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회 탓’임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등록 2018-08-09 19:30수정 2018-08-09 19:37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우리 몸에 새겨진 불평등의 흔적들
시민건강연구소 씀/낮은산·1만4000원

미국 컬럼비아대 하첸블러 교수팀은 2014년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미국 이성애자들의 반동성애 편견과 총 사망률’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 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동성애 편견 점수가 1점 올라갈 때마다 사망 위험이 2.9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았는데, 연구팀은 분노로 인해 촉발되는 생리적 반응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 설명했다. 편견과 혐오는 당사자의 건강에도 해롭다는 얘기다.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이 말만큼 정치적·사회적으로 구조화된 건강과 죽음의 불평등 문제를 잘 드러내어주는 말이 또 있을까. 건강불평등을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들이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타래를 묶은 이 책은 공중보건 분야의 다양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며, 불평등, 차별과 부패, 제도와 기술, 정치와 사회 구조가 실질적으로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캐나다의 사회역학자 클라이드 헤르츠만은 ‘생물학적 뿌리내림’이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 말은 사회적 실재인 ‘불평등한 사회’가 ‘인간의 몸’이라는 생물학적 실재로 각인되는 현상을 말해준다고 한다. ‘염증’은 심혈관 질환은 물론 암이나 대사성 질환 등의 주요 경로인데, 부모 세대를 포함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를 경험한 것이 염증 부담의 상승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쁜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것이 오히려 실업 상태로 남아 있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 “성적 괴롭힘이 월경에 장애를 일으킨다”, “기업의 ‘정치적 유착’이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을 높인다”,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장내 세균 분포도 다르다” 등 책에서 제시되는 여러 연구 결과들은 건강해지기 위한 우리의 개인적 선택을 뛰어넘어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거대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책은 “건강 불평등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불량한 사회 정책과 사업, 불공정한 경제 질서, 나쁜 정치의 유독한 조합’의 결과물”이라고 짚는다. 우리가 ‘건강 불평등’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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