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
인간 인식의 사각지대 포착해
노벨상 받은 ‘행동경제학 창시자’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삶 되살려
인간 인식의 사각지대 포착해
노벨상 받은 ‘행동경제학 창시자’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삶 되살려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1만8500원 감독과 주연배우만으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있다. 책 중에도 그런 책이 있는데 이 책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이 그렇다. 논픽션 작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두 사람 중 한 명일 마이클 루이스(다른 한 사람은 맬콤 글래드웰)가 쓴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이야기라니. 루이스는 야구에 경제학을 도입해서 성공신화를 쓴 메이저리그 야구단의 실화를 다룬 <머니볼>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파헤친 <빅 숏>이란 논픽션 걸작을 써서 이 분야의 모범 작가로 통한다. 카너먼은 트버스키와 함께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심리학자로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자신의 연구를 소개한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쓴 저자다. 루이스는 신작에서 예의 꼼꼼한 취재를 거쳐 속도감 있는 필치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두 천재의 연구들이 탄생하는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카너먼은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 프랑스 파리까지 쳐들어온 독일 나치군을 피해 도망다니다 아버지까지 잃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신분이 탄로나지 않게 남들과 거리를 두어야 했고, 항상 자기가 틀린 점이 있다고 의심하는 그의 성향은 심리학자에 매우 적합했다. 반대로 트버스키는 이스라엘 토박이이자 용감한 공수부대 출신으로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는 활달한 사람이었다. 극과 극의 성향인 두 사람은 1969년 봄 자신들이 교수로 있던 히브리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만난 즉시 서로를 알아본다. 그 이후로 깨어 있는 시간 외에는 항상 함께 있으면서, 수많은 주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나중에 두 사람은 어떤 아이디어가 애초에 누구한테서 나왔는지 분간을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첫번째 공동 논문을 낼 때 동전 던지기로 대표 저자를 정했고, 이후에는 번갈아 가며 대표 저자를 맡았다. 두 사람은 간단한 문제를 고안해 사람들이 통계적 판단에서 오류를 저지르는 심리적 기제를 포착했다. 심지어 어떤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통계학과 교수들도 여지없이 오류를 범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표성 판단’이다. 사람들이 판단을 할 때 판단 대상을 머릿속에 있는 어떤 모델과 비교하는 성향을 말한다. 어떤 농구선수가 우리가 잘 아는 프로 농구선수와 닮았을 때,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선수가 프로선수가 될 확률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트버스키는 역사학자들이 곧잘 빠지는 함정을 지적해 이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무작위로 뽑은 자료에서도 사람들은 일정한 유형이나 경향을 찾아내는 데 선수에요. (…) 반면에,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늠하거나 그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일단 특정한 가설이나 해석을 갖다 붙이면, 그 가설이 실현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장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가 아주 힘들어지죠.” 이후에 ‘사후 판단 편향’이라고 불리는 이 편향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음모론에 현혹되는지 이유를 설명해준다.
1970년대 말 아모스 트버스키(왼쪽)와 대니얼 카너먼(오른쪽)이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교에 있는 그들의 첫 집의 뒤뜰에서 장난스레 머리에 꽃을 꽂고 잔을 들어 축하하고 있다. 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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