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이 7일 서울 진관동 새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한국고전번역원(고전번역원·원장 신승운)이 북한의 고전 번역가들과 함께 <승정원일기>를 공동으로 번역하고 학술대회를 여는 등 남북한 학술교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동번역사업의 대상은 정조대 <승정원일기>로, 남북이 함께 번역에 나서면 <승정원일기> 전체의 완역 시기를 6년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새 청사를 건립한 고전번역원은 새 청사 이전을 맞아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관동 시대’에 추진할 주요 사업들을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남북한 협동 고전번역사업’으로, 고전번역원은 지난 2014년에도 남북 공동번역 사업을 추진했다가 남북이 긴장이 심화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고전번역원은 현재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했으며, 승인이 나는대로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공동 번역사업과 학술대회 개최 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세워진 한국고전번역원 새 청사.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남북한 협동 고전번역사업’은 정조대 <승정원일기>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조대 <승정원일기>는 3228만6236자에 달하며 예상 번역 책수는 350책이다. 북한에서는 사회과학원 소속 민족고전연구소가 한문고전 번역을 전담하는데, 이미 1991년에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하여 <리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400책을 펴내는 등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앞으로 향후 2년 정도는 서로의 성과를 교류하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정조대 <승정원일기> 협동번역사업을 펼친다는 것이 고전번역원 쪽의 계획이다. <승정원일기>의 현재 번역률은 22%에 불과한데, 남북한이 계획대로 협동 번역사업을 편다면 2045년까지 <승정원일기> 전체의 완역을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전번역원은 올해를 한국인이 저술한 모든 한문고전을 집대성하는 <한국고전총간> 편찬사업의 준비년으로 삼고 있으며,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전번역원 쪽은 “<한국고전총간> 편찬은 한국 고전의 체계적 인식, 안정적 보존, 편리한 활용, 폭넓은 보급을 가능케 하여 우리 역사와 문화의 연구와 활용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