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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헌학으로서 중국학의 계보를 그리다

등록 2018-08-02 18:59수정 2018-08-02 19:36

위대한 중국학자-중국의 전통을 탐구한 서양 고전문헌학의 역사
데이비드 B. 허니 지음, 최정섭·안재원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이른바 ‘중국학’(sinology)이란 말은 1838년께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문헌학’, ‘중국 문헌학’과 크게 다르지 않게 취급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860년대를 지나며 ‘중국학’이란 말 아래에는 법, 습속, 통사, 언어 등 다기한 연구 분야들이 포괄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중심의 사회과학적 중국 연구가 중국학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데이비드 허니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가 쓴 <위대한 중국학자>는, ‘서양 고전문헌학’이라는 말이 들어간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중국학이 태동하던 초창기부터 형성되어 이어졌던 어떤 계보에 집중하는 책이다. 책은 16세기 유럽에서 중국으로 간 선교사들로부터 시작해 1980년대까지 활동한 미국 중국학자들에 이르기까지 400여년 동안 중국학 연구에 몸을 담았던 주요 학자들과 그들의 업적을 마치 ‘위인전’처럼 정리해 보여준다.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 바로 ‘문헌학’인 셈인데, 지은이는 ‘문헌학’을 통해 중국이란 민족의 문화와 문명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어떤 공통된 태도를 읽어낼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1908년 둔황의 동굴에서 자료를 읽고 있는 중국학자 폴 펠리오의 모습. (C) The Mus?e Guimet, AP8187, 출처 idpuk.blogspot.com
1908년 둔황의 동굴에서 자료를 읽고 있는 중국학자 폴 펠리오의 모습. (C) The Mus?e Guimet, AP8187, 출처 idpuk.blogspot.com

16세기 유럽 선교사들은 중국 경전을 번역하고 사전을 펴내는 등 선구적인 구실을 했는데, 예수회 수사인 마테오 리치가 대표적이었다. 언어 연구에 매진했던 프랑스의 장피에르 아벨 레뮈자(1788~1832)는 유럽 최초로 중국학 전문 교수직을 맡은 학자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직으로서 ‘중국학’의 창시자로는 프랑스 출신 에두아르 샤반(1865~1918)을 꼽는다. 샤반은 문헌학적 철저성에 기반하여 <사기>를 번역했으며, 이론적 연구와 현지 조사를 병행하여 새로운 분과 학문으로서 ‘금석학’을 창립하기도 했다. 폴 펠리오(1878~1945)는 가장 위대한 중국문헌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목록학, 언어학, 비판정본 작업, 고문서 해독, 고고학 등 문헌 자료를 다루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펠리오로부터 “고대 중국의 남자”라 불렸던 앙리 마스페로(1883~1945)는 도교 관련 연구를 이끈 선구자로 손꼽히는데, 무엇보다 그는 철저한 텍스트 검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외관으로부터 신화를 복원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이 셋은 프랑스 문헌학의 ‘거인 트리오’로 묶인다.

오토 프랑케(1863~1946)는 독일의 대표적인 중국학자인데, 그의 저작 <중국사>는 중국을 민족이나 제국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중국학 분야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유교 경전을 영어로 번역했던 영국의 제임스 레그(1815~1897), ‘문헌학적 인문주의’를 주창한 미국의 피터 알렉시스 부드버그(1903~1972), ‘당시’의 대가인 미국의 에드워드 헤츨 셰이퍼(1913~1991) 등이 주요하게 소개된다. ”중국의 언어, 특히 고전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주로 고전어로 기록된 문헌을 정확히 독해함으로써 중국이라는 민족의 문화·문명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이들 모두를 관통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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