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 지음/한길사·1만5500원 정명훈 지휘자는 그를 “일평생 자유를 위해 싸운 음악가”라고 했다. 손열음 피아니스트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불세출의 의지”라고 표현했다. ‘제2의 모차르트’가 되길 강요받았으나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베토벤은 오페라, 피아노 소나타,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교향곡은 베토벤의 내면에서 탄생한 분신과도 같다. “예술가를 일종의 선지자로 여겼던” 베토벤은 음악에 자유와 진보를 담고자 했는데,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교향곡은 사회공동체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과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르였다. 독일에서 문학과 음악의 관계를 연구한 지은이는 베토벤 교향곡 아홉개의 형성과정을 소개하며 그의 삶을 보여준다. 베토벤의 음악이 동시대 음악가인 모차르트나 하이든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회화와 시·소설까지 끌어와 설명해줘 듣는 것만으로는 닿지 못했던 음악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교향곡 ‘1번’은 하이든의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고전주의적인 작품이다. “하이든의 손, 모차르트의 정신을 이어받으라”는 덕담을 들어야 했던 베토벤이 자기 세계를 구축해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곡이다. ‘2번’은 청력을 상실한 뒤 절망을 딛고 일어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3번 영웅’은 베토벤이 자신의 영웅상을 창조해가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5번 운명’은 고통스러운 운명에 맞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9번 합창’은 만인과 소통하고 싶은 인류애를 노래한다. “할 수 있는 한 선한 일을 하고 자유를 모든 것보다 사랑했던” 베토벤의 음악 이야기는 듣는 것만큼 읽는 것도 흥미롭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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