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미술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가 그린 기독교 성서 판화집이 한길사에서 출간됐다. 1866년에 출간된 원본의 크기를 그대로 살린 대형 사이즈에 정가 33만원이 책정된 고급 출판물이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활자 매체가 위기인 시대에 책의 물성을 새롭게 구현하는 운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출간하게 됐다”면서 <귀스타프 도레의 판화성서>를 발간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 책은 한길사책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도레의 삽화가 실린 <성서>(1866년)를 원본으로 했다. 원본에는 성서 전문이 실려 있지만, 한길사판에는 241점의 전체 삽화와 함께 이와 관련된 본문만을 짧게 실어뒀다.
해설을 쓴 신상철 고려대 교수(문화유산융합학부)도 간담회에서 “당시 프랑스에서 책이 약 5프랑에 팔리는 시절에 도레의 삽화 책은 300~500프랑 정도의 가격을 매겼다. 마네와 모네 같은 동시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과 맞먹는 가격”이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당시 삽화는 싼값에 그려져 본문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지만, 도레는 삽화를 독립적인 회화 작품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커다란 판형으로 책을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책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봤다. 160여명의 전문 판화가를 고용하고, 최고 품질의 종이를 사용하는 등 윌리엄 모리스가 이끈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예술 수공예 운동)과도 연계된다”고 말했다.
가로 28.5㎝, 세로 42.3㎝인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만 판매하며, 1천부만 발행하고 더는 추가로 제작하지 않는다. 책엔 고유의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앞으로 한길사는 이 책을 시작으로 도레가 삽화를 그린 <런던 순례여행>과 단테의 <신곡> 외에도 윌리엄 모리스의 <초서 작품집> 등을 ‘큰 책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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