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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 손엔 성서, 한 손엔 인문

등록 2018-07-12 20:06수정 2018-07-12 20:45

죽은 신의 인문학
이상철 지음/돌베개·2만원

“한 손엔 성서, 한 손엔 신문”은 신학자 칼 바르트가 한 유명한 말이다. 기독교인들이 세상의 향방을 읽고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포착해낸 이 말을 이렇게 새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손엔 성서, 한 손엔 인문’으로. 최근 바울의 종말론을 슬라보이 지제크나 알랭 바디우 같은 무신론적 정치철학자들이 철학의 주제로 부상시키는 등, 철학과 신학의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을 반영한다면 말이다.

민중신학자 안병무가 창립한 한백교회의 담임목사이자 한신대에서 강의하는 이상철은 이런 최근의 철학과 신학의 대화, 그의 표현으론 ‘인문/신학’을 충실하게 연구해온 독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쓴 <죽은 신의 인문학>은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 베냐민의 ‘유물론적 신학’ 등 인문/신학에서 논의되는 최신의 담론들을 망라하고, 이를 통해 난민·여혐·성소수자·세월호 등 다양한 현안들을 사유한 단단한 글들을 눌러담은 책이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보기에 ‘초대’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내가 정한 시간에 오도록 하는 강자의 논리다. 데리다는 초대가 아닌 ‘환대’를 이야기했다. 환대는 내가 예측하지 못한 시간에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찾아올 때 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철이 보기엔 도와줘선 안 되는 이방인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왔던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하고 실천한 예수야말로 무조건적 환대를 체현한 인물이었다.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500명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슬람’이라며 배척하는 기독교인이나 ‘예비 범죄자’로 보는 일부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이런 책의 필요성은 더 커지는 것 아닐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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